[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청년칼럼=신영준]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잘 발달된 문화를 꼽자면 언제 어디서나 자장면을 비비고 치킨을 뜯을 수 있는 민족, 바로 배달문화라고 생각한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해도 전화주문이 당연했고 현장에서 현금결제가 당연한 일이었다. 듣기로는 15년도쯤 어머니는 떡볶이 집을 하셨는데 배민은 수수료도 요구하지 않았고 그냥 리스트에 올려주겠다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어플 내 바로결제의 편리함은 손님은 물론 배달업계의 패러다임을 아예 바꿔놓았다. 그렇게 착한기업이라는 칭호를 받고 거대하게 성장한 배민은 지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배달로 나라를 구한 민족. 사시사철 불철주야. 우리가 어떤 민족 입니까. 배달의 민족.”

배달의 민족 CF에서 나온 표현이다. 하지만 이제 배달의 민족이 우리 민족이라고 말하기 조금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네덜란드와 독일도 우리나라만큼 배달시장이 발달되어있는데 그 중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오늘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국에서는 2018년 DH가 운영하던 플랫폼을 네덜란드기업에 매각했지만 아시아에서는 강세다. 2016년 ‘푸드판다(Food Panda)’ 브랜드를 매입하여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게르만 히어로는 대한민국으로 와서 배달통, 요기요를 차례로 삼키더니 이제는 배민과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배민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되려 훗날 DH의 배달시장 독과점횡포 우려를 증폭시켰다. 자금력이 있는 매장이 배민에서 노출빈도를 높이기 위해 1개 거점에 8만 8천원 하는 울트라콜 서비스를 촘촘히 박아서 자본의 한계로 인해 거점을 더 늘릴 수 없는 영세업자들을 찍어 누르는 행위를 ‘깃발꽂기’라고 한다. 경쟁이 심한 곳은 100개 이상의 거점을 설정한다고도 들었다. 필자의 매장이 거점 3개로 운영 중인 것을 생각해보면 100개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숫자다.

배민은 이 ‘깃발꽂기’를 개선하고자 ‘오픈서비스’라는 새로운 방식을 내놓았다. 취지는 아주 좋았으나 실상은 울트라콜 광고비 거점 당 8만 8천원을 폐지하고 주문 건당 수수료 5.8%(카드수수료 제외)를 받는 방식이다. 까놓고 말하자면 요기요가 원래 하던 방식이다. 기업결합이슈를 걸친 와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니 이미 독과점은 일어났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오픈서비스 시행을 4월 1일로 잡고 약 한달 동안 오픈서비스 신청에 동의하는 전자서명을 요구하는 카톡이며 메일이며 전화가 아주 많이 왔다.

오픈서비스로의 전환이 뭐가 문제인지 쉽게 말하자면 달에 3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매장의 경우 울트라콜 거점 3개로 달에 26만 4천원을 광고비로 지출하게 된다. 오픈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3000만원의 5.8%인 174만원을 서비스이용료로 지출해야 한다. 매출은 똑같은데 147만 6천원을 더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거의 직원 한명의 한 달 인건비에 버금가는 손해를 입는다. 이건 자영업자에겐 아주 큰 문제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니 설상가상 숨이 막혀 죽을 판이다. 소상공인들이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배민의 오픈서비스 시행을 막아 달라 읍소했지만 결국 4월 1일 오프서비스는 시행되었다. 착한 기업이라 믿고 있었기에 배신감이 더 컸다.

그 시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등판했다.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해 착한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겠다며 배민을 압박했다. 그리고 4월 6일, 우아한형제들(배민) 김범준 대표명의의 공식사과문이 게재되었다. 이번에는 이렇게 일단락이 되겠지만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고 배달의 민족이 배다른 민족이 된다면 과연?

현재 이재명 도지사는 공정위에 엄중한 기업결합 심사를 요구하며 압박의 강도를 풀지 않고 있다.

(3월 26일, 코로나19관련 3,4월 광고비 50% 지원. 4월 14일, 공식적으로 오픈서비스 종료.)

훗날 이런 문제가 재점화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공공배달앱 개발이 과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만 본다면 쿠폰도 자주 주고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벌이는 리뷰이벤트가 넘쳐나는 배민과 요기요가 더 끌릴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디어를 내보았다. 모든 업주들이 리뷰이벤트를 전화이벤트로 전환하는 것이다. 리뷰작성하면 주는 서비스를 전화주문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배민과 요기요는 외부결제수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업주들의 거센 저항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업주들도 좋고 소비자들도 받던 혜택을 어느 정도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업장부터 전화이벤트를 시행하여 행동하고 싶지만 생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용기가 나지 않는다. 혹 전화주문이 불편한 분들이 계신다면 리뷰이벤트를 하는 다른 지점에 손님도 빼앗길 것이다. 국가의 정책에, 기업의 정책에, 손님의 의중에 시시때때로 맘 졸이며 맞출 수밖에 없는 힘없는 소상공인들을 지켜 줄 히어로가 필요한 것 같다. 딜리버리 히어로 말고 진짜 히어로 말이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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