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중국 주유기 4

 
 
지난 노동절이었습니다.

골짜기 아래 물이 흐르고 숲이 우거졌는데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습니다.
등산객 후래쉬 불빛으로 생각하고 나처럼 늦게 하산하는 친구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불빛은 골짜기에서 원을 그리더니 갖가지 도형으로 불빛을 내면서 나무 숲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반딧불이었습니다.
몇 마리가 간헐적으로 나타나 사람을 홀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나를 홀리는 불 빛은 아니었겠지만 순간 따라 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어두운 저녁 봉황산과 마췌산이 연결되는 길목에서 어두워지는 하늘과 먼 산을 바라보고 롱동저수지를 향해 내려갔습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니 핸들을 단단히 잡고 브레이크를 자주 잡으면서 천천히 하산 라이딩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노을 빛이 숲속길에 남아 있어 그래도 길의 윤곽은 뚜렷했습니다.
이제 곧 칠흙같은 어둠이 숲속에 찾아 올것을 걱정하여 쉬지 않고 내리막을 달렸습니다.
마음이 급한지 오늘 따라 내리막 5키로 길이 평소 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참 신기한 불빛을 많이 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칠흙같은 어둠이 덮일 것 같은 숲길에는 아직 빛이 많이 남아 있고 나무 그림자까지 생겼습니다.
달빛인가 싶어 몇번이나 하늘을 두리번 거렸지만 달은 찾을 수 없고 ...
멀리 광저우 시내 하늘이 벌겋게 문명의 불빛에 물들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산에서 너무 늦게 내려 왔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그런 선택을 하였을 것입니다.
 
산너머 호수가 정자에 도착한 시간은 여섯시 정도였습니다.

날씨가 더우니 평소보다 더욱 속도가 나지 않고 차라리 속도를 내지 않고 달렸습니다.
자전거 타고 롱동저수지에서 모봉산을 돌아 봉황산 기슭으로 돌아 오는 코스는 50키로 입니다.
지난 겨울에 한번 돌아 왔던 코스인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이번에는 힘이 두배로 드는것 같습니다.
 
호수 정자에 도착하여 벤치에 앉으니 항상 그랬듯이 강아지들 달려 들어 반기네요.
이 집 강아지가 여러 마리 됐었는데 분양 끝난 모양입니다. 두마리만 달려 들면서 꼬리를 흔드네요.
늘 이곳에 와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눠졌던 음식을 기억하는 모양입니다.
 

"잘 있었니 ? 오늘은 없다. 다 먹었어"
 

한국말 못 알아 들었는지 계속 알짱거리네요. 중국말로 한번 더 해도 또 알짱거리네요.
광동말로 한번 더 할까 싶다가 발음 틀렸다고 할까봐 관뒀습니다.
 
벤치에 앉으니 호수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아주 시원하고 상쾌하군요.
신발을 벗고 벤치에 앉았다가 정자의 기둥에 기대어 앉았습니다.
저녁 무렵 호수면에서 불어 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니 정말 기분 최고였습니다.
성한 몸뚱아리 가지고 있어서 느껴보는 행복입니다.
 

이번에는 정자의 기둥에 배낭을 걸치고 머리를 눕혔습니다.
눈을 감으니 바람의 맑고 신선함이 온 몸에 스프레이(분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온몸이 새털처럼 가벼워 지더니 그냥 바람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는 자신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허공을 떠돌면서 바람을 따라 호수면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 혼자 오셨소? 이제 곧 어두워 질텐데...얼렁 하산해야 쓰것소."
 

엥 ? 잠에서 깨어보니 호수 양어장 지키는 아저씨의 목소리입니다.
아저씨 바뀌셨네요. 전에 보던 아저씨 아닌데..
 

으크 저녁 일곱시네요. 날은 어둠이 곧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네요.
얼른 행장을 챙기고 안장에 올라앉아 패달질을 시작하니 어둠도 곧 달려오기 시작하는군요.
  
           

오르막입니다. 마음은 급해지고 숨소리 거칠어 지고 땀이 온 몸을 적시기 시작하고...

겨우 정상에 올라 숨 길게 한번 몰아쉬고, 어둠이 덮히고 있는 하늘 한번 쳐다보고
다시 마음 졸이며 핸들 잡고 내려 오는 길에서 물소리 듣는 방향에서 불빛을 보았던 것입니다.
 

반딧불입니다.
더 많은 반딧불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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