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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은퇴생활 43]-행복을 위한 '비급'은 존재할까?
신재훈 슬기로운 은퇴생활연구소장 | 승인 2020.05.05 09:19

[논객칼럼=신재훈]

코로나 19가 우리생활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나 개인적으로도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감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하거나, 하루 한번 산책을 하는 것이 외부 활동의 거의 전부다.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생활계획도 만들었다.

그렇게 세운 실내활동 계획 중 하나가 TV 보기다.

픽사베이

시간 잘 가고, 적당히 재미있고, 생각할 필요 없는 것으로 따지자면 무협드라마가 으뜸일 것이다.대부분의 무협지에는 최고 고수만이 아는,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되면 절대고수가 될 수 있는 소위 비급'이라는 것이 나온다.의천도룡기의 건곤대나이, 사조영웅전의 구음진경, 소오강호(동방불패)의 규화보전처럼 말이다.

스토리 전개 또한 그 비급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이 대부분이다.비급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무협 드라마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협지의 비급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 비급도 존재할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비급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최고의 방법이다. 찾거나 얻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일단 내 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 알라딘의 마술램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효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경쟁사회에서 우리 대부분은 학창시절부터 공부건 놀이건 모든 영역에서 일종의 비급인 지름길(Short Cut)만을 추구하도록 강요 받아왔고, 또한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이렇듯 몸에 밴 방식대로 행복에 대해서도 비급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현역시절 나는 업무 영역에서 그런 비급을 꿈꿨었다.비급을 꿈꿨던 계기는 '왓 위민 완트(What women want?)'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물론 평소부터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비해 현실적으로 그러한 욕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내 능력의 한계가 기본적인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무협지의 비급처럼 광고계에서도 절대 고수가 될 수 있는 숨은 비급을 꿈꿨던 것이다.

이 영화는 비급 그 자체는 아니지만 비급에 버금가는 특별한 능력과 관련된 영화다.영화 자체는 그리 훌륭하지는 못했고 크게 히트하지도 못했다.그러나 내가 하는 일인 광고, 그리고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과 무협지의 절대고수의 경지와 비견되는 광고계를 평정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주인공과의 감정이입을 통한 깊은 공감을 느끼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멜 깁슨은 광고회사의 부장급 크리에이터다.여자를 좋아하는 바람둥이지만 여성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천상 마초, 남성 우월주의자다.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여자 임원급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그의 상사로 오게 되고, 멜 깁슨은 위기에 몰린다.새로 온 여자 디렉터에게서 팬티스타킹, 제모용 파스, 화장품 등 여성 용품들을 직접 사용해 보고 느낌을 말해 보라는 숙제를 받게 된다.새로 온 여자 디렉터에게 밀려 승진도 못하고 열 받아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다.집에 와서 술 취한 상태에서 숙제로 받은 여자 용품들을 사용하게 된다.그러다가 실수로 물이 가득한 욕조로 드라이기를 떨어뜨려 감전 사고를 겪게 된다.그 사고로 멜 깁슨은 여자들의 생각과 마음까지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그 엄청난 능력으로 개인적으로는 많은 여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어쩌면 식은죽 먹기보다 더 쉬웠을 것이다.

업무적으로는 나이키 여성 신규 품목에 대한 광고대행권을 따내는 큰 성과를 거둔다.여기까지는 우연한 기회에 비급을 얻어 무림을 평정한 무협지의 내용과 유사하다.그러나 마무리는 무협지와는 달리 번개를 맞아 여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잃고 그 대신 자신의 상사인 여자 디렉터와의 사랑만 남게 된다는 다소 허망한 이야기로 끝난다.

이 영화가 나에게 준 교훈은 이렇다. 광고계를 평정할 특별한 능력을 줄 수 있는 비급 따위는 세상에 없다.대신 영화에서 멜 깁슨이 사고를 통해 가졌던 능력, 즉 광고 타겟인 소비자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공감을 얻는 능력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이 글의 결론이다.

세상에 노력 없이 쉽게 얻어지는 비급 따위는 없다.행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모든 사람에게 모두 적용되는 행복을 위한 비급은 더더욱 없다.백 번 양보해서 수십 년의 노력 끝에 그러한 비급을 찾게 되더라도 분명 허망함과 실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왜냐하면 그러한 비급의 내용은 “행복은 만족하는데 있다”와 같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진리이거나, 혹은 인기 에니메이션 영화인 쿵푸펜더에서처럼 그러한 비급 따위는 없다는 교훈을 주려는 듯 어렵게 얻은 비급에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런 비급이 없어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모든 것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절대 비급은 없어도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위한 각 영역의 다양한 지혜들은 널려있기 때문이다.어쩌면 앞에서 언급한 행복 종합선물세트인 여행, 행복 비타민인 배움, 행복 바이러스인 연애, 행복 센서의 재조정,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등이 그런 지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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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훈 슬기로운 은퇴생활연구소장  news34567@nong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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