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분쟁 유발… 설득력 없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또다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사진은 신동주 전 부회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조선 정종 2년(1400년). 회안군 이방간이 동생 정안군 이방원(훗날의 태종)을 제거할 목적으로 2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습니다.

이방간은 아버지 태조 이성계의 지원을 바랐습니다. 이성계가 1차 왕자의 난(1398년)을 주도해 정도전과 세자 이방석 등을 죽인 이방원을 끔찍이 미워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성계는 이방간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성계는 왜 이방간을 외면했을까요. 명분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1차 왕자의 난은 속사정이 무엇이든 겉으로는 ‘정도전 등이 왕자들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며 이를 저지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습니다. 2차 왕자의 난은 달랐습니다. 권력에 대한 탐욕만 있었죠. 결국 지지 세력을 모으지 못한 이방간은 이방원에게 참패합니다.

이방간과 비슷한 인물이 현시대에도 있습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입니다.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밀려난 그는 최근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해야 한다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거죠. 이번이 여섯 번째 제안입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경영 비리 관련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이나 경영 비리에 소극적으로 휘말렸을 뿐입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와 주주들이 여러 차례 재신임으로 결론 내리기도 했고요. 경영권 분쟁의 명분이 될 수 없단 얘깁니다.

게다가 롯데를 둘러싼 사업 환경은 경영권 분쟁을 해도 될 만큼 녹록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생존을 위협해서죠. 신동빈 회장은 사업 부문 구조조정, 경영진 급여 일부 반납 등 자구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십을 흔드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정종실록에 따르면 이성계는 이방간을 가리켜 “저 소 같은 위인이 어찌 이에 이르렀는가?”라고 했습니다.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는 의미죠.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도 적용 가능한 말입니다. 지금은 롯데의 위기를 이겨내는 데 힘을 모아야지, 경영권을 두고 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깨닫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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