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청년칼럼=석혜탁] 연휴를 맞아 김소영, 오상진 커플이 운영한다고 하는 서점에 가봤다. ‘책발전소’라는 이채로운 이름을 가진 곳이다. 워낙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근 김소영의 책을 읽었던 탓도 있다.

서점에서 본 문구@석혜탁 촬영

사회학을 공부하고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그가 돌연 책방 주인이 된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책에 대한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진작 할 걸 그랬어>.

나는 남편이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사람인 것이 그가 책을 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김소영, <진작 할 걸 그랬어>

누군가의 남편이 된 지금, 유달리 눈에 들어왔던 문장이다.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두 권의 책을 내기도 했지만, 점점 책을 읽는 데 소홀해지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무엇보다 나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사람’으로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자문해보았다.

책장이 있는 곳이 서점이든 서점이 아니든, 책장은 그 책장에 책을 꽂은 사람과 그 책장에서 책을 꺼내든 사람 간의 끊임없는 대화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독자에게 말을 건다. 우연히 펼친 한 권의 책과 한 줄의 문장에서 누군가는 꿈을 찾고, 오래 앓던 고민을 털어내며, 혹은 그날 하루를 살아낼 힘찬 기운을 얻을 수도 있다.”

- 김소영, <진작 할 걸 그랬어>

우리 신혼집에는 벽 한쪽을 빼곡하게 채우는 하얀 책장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가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해놓은 책들이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내가 꽂은 책을 그녀가 펼치기도 하고, 그녀가 꽂은 책을 내가 침실로 가져오기도 한다. ‘책을 꽂은 사람과 그 책장에서 책을 꺼내든 사람 간의 끊임없는 대화’가 참 좋다.

책이 없었다면 나란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다. 30여 년 동안 읽어온 문장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다.”

- 김소영, <진작 할 걸 그랬어>

책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책을 읽지 않는다면? 미래의 모습을 점쳐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책과 멀어진다면 분명 그리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겠다.

사람에게 잘 기대지 않는 성격인 내가 그럼에도 외롭지 않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절망하지 않는 건 언제나 책이 곁에서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이다.”

- 김소영, <진작 할 걸 그랬어>

책에서 꼭 어떤 구체적인 지식, 교훈을 얻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고단할 때나, 적적할 때 책은 우리를 위무해준다.

김소영, 오상진 커플의 책방을 둘러보고 맛있는 식사를 한 뒤 집으로 왔다. 즐거운 데이트였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는데 뒤통수가 따갑다. 키가 큰 책장 속 소설책 무리가 내게 대화를 건다.

오늘 밤에 해야 할 일,

책 읽기다.

 석혜탁

-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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