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송의 어둠의 경로]

[청년칼럼=서은송]

번역은 노후한다 - 왜 그런가? 번역한 텍스트가 노후하지 않는 곳에서,-왜 그런 가? 또한 우리는 텍스트를 다시 번역한다. -왜 그런가?

앙리 메쇼닉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 말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채식주의자’의 번역은 창작적 번역이자 의사번역이었지 않았을까.

‘의사번역’이란 “타자가 연출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임의로 글의 주인을 바꾸어 한 번 더, 글쓰기의 주체를 역전하는 일종의 연출이라는 점에서 ‘이미 번역된 텍스트를 다시 번역하는 행위’에도 해당된다. 비록 채식주의자는 첫 번째 번역이었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스미스의 영어 번역이 “원작 훼손한 작품 창작 수준의 번역‘이라는 문학평론가 정과리의 비판과 덧붙여 조재룡 또한 스미스의 번역이 낳은 작품 내용의 변질과 왜곡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직역이 아닌 창작적 번역으로 인한, 또 하나의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경우는 문학으로서의 번역에 한 표를 던지게 된다. 흔히 말해 ‘시번역’의 경우, 그야말로 번역가에 따라 독자들이 움직이기도 한다.

픽사베이

실제로 내가 대학교에 갓 입학했었을 때였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읽으면 그로데스크하다는 감정에 대하여 큰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라 하여 서점에 무작정 책을 사러 갔었다. 같은 제목, 같은 보들레르가 쓴 책들이 여러 출판사별로 진열되어 있었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어차피 같은 책이라면 싼 게 좋지” 웃으면서 책을 샀던 것 같다. 그 책은 악의 꽃이 문학적으로 번역되어 있던 책이 아닌, 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었다. 시가 좋은 지, 안 좋은지는 무엇보다 읽을 줄 알아야 판단이 가능한데 도무지 그 책은 내가 ‘악의 꽃’에 대하여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알아듣기 어려운 번역체였다.

결국은 다시 서점으로 돌아가 같은 제목, 같은 보들레르의 여러 번역본들을 읽어보면서 나와 입이 맞는 책을 골라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에 번역가의 공로와 기여를 인정해 주는 한편 좋은 번역이 나오도록 번역가를 자극하고 격려함으로써 좋은 번역이 독자에게 주어지도록 하는 것이 번역 수준을 높이고 한국문학의 세계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번역자가 원작에 얽매여 오히려 진행되지 못하는 글을 나열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원문을 해석하면서 원작이 독자들에게 주었던 문학적 감동과 효과를 그 나라의 번역어로 최대한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창조적인 다시 쓰기’를 하는 것이 보다 더 한국문학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있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채식주의자』 영어 번역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스미스는 원문을 따라가며 단어나 행위 묘사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이를 가능한 모두 영어로 되살려 옮기고자 애쓰지 않는다. 이야기의 큰 뼈대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생략과 압축, 첨가와 확장을 수시로 실행하고 독자들의 문화와 성향에 맞춰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친근한 언어로 더욱이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스미스의 이러한 번역 방식은 철저하게 번역 독자와 도착어 중심인 번역 방식으로 가독성을 최대한 높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스미스의 번역 방식이 『채식주의자』를 더 한강스럽게 해외로 피워낸 것이 아닐까.

우리는 여러 나라의 새로운 세계문학 작품들이 앞다투어 번역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오래도록 풀리지 않을 실타래이지만, 우리는 모두들 한국문학의 개화기인 지금, 창작과 더불어 번역을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

 서은송

제1대 서울시 청소년 명예시장

2016 서울시 청소년의회 의장, 인권위원회 위원,한양대 국어국문학 석사과정

뭇별마냥 흩날리는 문자의 굶주림 속에서 말 한 방울 쉽게 흘려내지 못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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