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신재훈]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에 비례해 지루함도 커져만 간다. TV로 드라마, 영화, 오락, 다큐 등 다양한 프로를 볼 수 있고, 평소 못 보던 책들도 볼 수 있을테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의 반복은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 위험보다 더 큰 심리적 위험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루함이라는 심리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글쓰기를 제안한다.비록 코로나19 기간 동안 시간 잘 가는 집안 활동의 하나로 시작한 것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시간이 잘 간다는 점 외에도 글쓰기의 장점은 생각 보다 많다.은퇴인으로서 내가 직접 느낀 대표적인 장점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다양한 영역에 걸친 관심과 지적 호기심이 삶의 의욕을 높여준다.

2.지식과 견문을 넓히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

3.지적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주고 자존감을 높여준다.

4.생산적인 일종의 일을 만들어 줌으로써 일과 여가의 균형이 잡힌다.

5.글쓰기는 뇌뿐만 아니라 신체의 많은 부위를 동시에 쓰는 종합적 활동이다. 따라서 치매 예방과 신체능력의 퇴화를 늦출 수 있다.

이 외에도 모두 나열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장점들이 있다.

픽사베이

우리가 어떤 이유로건 글을 쓰게 되면 마주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How 즉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글 쓰는 방법, 스킬에 관한 문제다.시작은 일기처럼 남에게 보여준다는 부담 없이 내용, 형식, 분량 생각하지 말고 일단 써 보자. 쓰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긴다.이 단계를 넘어 서면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이러한 욕심이 동기부여가 되어 계속 글을 쓰게 만들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의할 할 것이 있다.그것은 이러한 욕심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나를 발전시키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긍정의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친 경우 나를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즐겁고 지루하지 않은 은퇴생활을 위한 여가 활동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방법을 아는 것과 그러한 능력을 갖는 것은 별개 이지만,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글쓰기에 관한 글이나 강좌를 보며 꾸준히 훈련하는 것, 즉 많이 써보는 것이다.마음만 먹으면 책을 통해,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컨텐츠를 통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그러나 좋은 글을 쓰는 것이 글 쓰는 스킬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뿐만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문제는 필연적으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 즉 내용과 컨텐츠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쓰려는 내용과 관련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러한 컨텐츠들을 글로써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표현 능력(글쓰기 스킬)이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영역, 주제에 관한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다. 갓난 아이가 말을 배울 때 남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도 남들이 쓴 글을, 그것도 좋은 글을 읽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좋은 글들, 그리고 좋은 표현들을 필사하고 암기하고 일상에서, 그리고 내 글쓰기에 활용해 보는 등의 체화(자기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그 과정에서 자신이 읽은 글의 컨텐츠가 제공하는 정보, 지식, 사상을 통해 지적 수준이 향상될뿐아니라 그것을 표현하고 서술하는 방식인 글쓰기 스킬까지도 배울 수 있다.

글쓰기에 관한 또 다른 문제는 What 즉 “무엇에 관해 쓸 것인가?”는 글의 주제와 컨텐츠에 관한 것이다.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강조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것처럼, 아는 만큼 쓸 수 있다”

이는 유명 작가들의 초기 작품들이 대부분 자신이 직접 경험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자전적 내용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또한 작가들 스스로도 자신이 경험하거나 작가 자신이 아는 만큼의 정보와 지식 수준을 넘어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한계를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한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위험한 모험과 방황, 심지어 일탈마저도 기꺼이 감수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은퇴인들의 경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은퇴인들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경험과 충분한 지식이 쌓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퇴인들에게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경험과 지식들, 특히 전공을 살려 글을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없고, 자신감과 재미도 줄 수 있다.여기서 말하는 전공은 좁게는 대학의 전공, 회사 다닐 때의 업무와 관련한 내용부터 넓게는 여행,요리, 사진, 음악 등 오랫동안 해왔던 취미와 관심 영역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렇듯 자신의 다양한 전공을 살린 '자기만의 글'을 쓸 때 비로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생생하고 살아있는 글이 될 것이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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