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현의 MTB여행 10



인천 서해갑문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졌다.

4월 22일, 아라뱃길에서는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4대강 국토자전거길 개통행사가 열렸다. 아라서해갑문부터 633km를 달려 을숙도까지 42시간 12분이면 도착한다는 안내문도 있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 문경 새재를 넘어,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 부산까지 가는 자전거도로. 말로만 들어도 흥분되는 국토종주 코스다.

더욱이 금강과 영산강 코스도 동시에 개통되어, 라이더들은 설렘으로 주말을 기다린다. 조성중인 북한강과 섬진강, 제주환상종주자전거길까지 개통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자전거로 전국을 여행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사업의 거부감을 잠시 접고, 자전거길에 대한 기대감으로 틈틈이 전국종주를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가장 먼저 시작점인 아라서해갑문까지 달려본다. 특히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즐기기 위한 종주 인증제도가 있어 여행을 앞당기게 한다.

남양주 삼패삼거리에서 출발하여 서해갑문까지 왕복하기 위해서 일찍 서두른다.
9시에 출발하여 구리를 거쳐 한강의 강북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반포대교를 건너는 길을 택한다. 가는 길에 뚝섬전망대콤플렉스, 여의도 서강대교 남단, 아라한강갑문, 아라서해갑문에 인증센타가 있다는 안내 책자를 들고 출발한다.
 

맑은 날씨 덕분에 출발이 순조롭다. 봄이면 항상 부는 강바람도 부드럽고, 아침 일찍이라 도로도 한적하다. 구리를 지나면서 간간히 남서풍이 불어오지만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팔당대교에서 아라서해갑문까지 77km, 왕복 140km를 달려야 한다. 광진대교 북단을 지나자 라이더들이 많아진다. 벌써부터 수상운동을 즐기는 이들도 보인다.

뚝섬인증센타 이정표가 3km, 1km, 500m를 앞두고 연이어 나타난다. 70년대 공중전화 부스를 닮은 빨간 박스 안에 스탬프가 놓여 있다.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페달을 밟아 반포대교 자전거 전용 다리를 건너기로 한다.

의외로 자동차 통행이 뜸해 무단으로 건너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현재 자전거로 건널 수 있는 한강의 다리는 광진교, 잠실대교도 있지만 반포대교(잠수대교)가 가장 수월하다.

반포를 지나 여의도까지 예전에 비해 넓어진 자전거도로를 확인할 수 있다. 여의도에 들어서면서 도로는 샛강과 원효대교 방향으로 나누어진다. 우측으로 서강대교 남단에 인증센타가 위치해 있다. 인증을 마치고 다시 한강 물길을 따라 서해로 달린다. 국토종주 시작점이 있는 서해갑문까지 가는 게 목적이므로 속도를 내 본다.

여의도에서 행주대교 남단에 위치한 아라한강갑문까지는 16km. 앞만 보고 달리니 30분 쯤 걸린 것 같다. 오전11시. 50km를 2시간에 달렸으니, 휴식 시간을 빼고 나면 평균속도로 30km는 낸 것 같다. 아라한강갑문부터 공사중인 곳이 자주 나타난다.

만조 시에는 바닷물이 들어온다는 표지가 보이고, 물 흐름이 없는 호수가 보인다. 인증센타 앞에 수첩을 든 여러 명이 모여 있다. 서해갑문에서 출발한 이들이다. 서로의 출발지와 목적지를 물어보며,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아라 한강갑문부터 서해갑문까지가 굴포천을 넓힌 아라뱃길로 알려진 경인운하다. 벌써부터 바닷바람이 불어선지 페달에 힘이 들어간다.

21km 운하를 따라 양쪽에 자전거도로가 나란히 이어진다. 도로 바닥의 페인트색이 선명하다. 아직 공사 중인 곳에는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좁은 도로 때문에 레미콘차가 후진하여 공사 마무리를 돕고 있다. 운하 때문에 생긴 다리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다.

모든 다리가 대형 배들이 지나갈 수 있게 아치 모양으로 건너질러 있다. 굴포천을 깊게 파고 넓힌 탓에, 자연스런 모습으로 변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운하에 들어서지 못하게 방부목으로 경계 벽을 설치한 것은 미관 때문일 것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배는 보이지 않고 비행기만 뱃길 위로 날아간다. ‘2조2천억 원짜리 자전거도로’라는 말이 실감난다. 유람선인지? 정기여객선인지? 배 한 척이 하구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 2-3명 정도의 승객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 까지 더 이상 배는 보이지 않았다. 김포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만 3분 간격으로 보인다.

건너편에는 경회루를 닮은 정자가 보이고, 고풍스런 정자들이 신축되어 있다. 강을 건널 수 있는 아치형의 높은 다리를 오르려면 승강기를 타야한다. 몇몇 라이더들이 승강기 스위치를 눌러 보지만 불은 켜지는데 작동 불능이다.

여객터미널에 가까이 올수록 공사현장이 늘어난다. 도로와 겹치는 자전거도로는 임시 개통구간인 것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이 길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며 가는 길을 물어본다.

서해갑문이 보이는 전망대까지만 완공이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표지판만 보고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30분. 인증센타에는 벌써 도착한 이들과 출발하려는 이들이 기념촬영하느라 분주하다.
 

마침 점심때라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황량한 벌판에 대형건물 두 동만 보인다. 여객터미널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서니 5백 평 이상 될 듯한 1층은 텅 비었는데 식당 하나가 보인다.
 
건물 관리자인 듯한 분이 자전거 출입금지이니 입구에 있는 거치대에 놓고 들어가라며, 5대 정도 세울 수 있는 거치대를 가리킨다. 자전거전용도로 시작점에 마련한 자전거 보관시설이라고 보기에는 형식적이란 느낌이 든다.

식당의 메뉴도 마음에 들지 않아 가는 길에 먹기로 한다. 교통편 때문에 왔던 길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천에 사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같은 고민을 하며 이곳을 들릴 것이다. 서해갑문이 국토종주자전거길 시작점이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10여분을 달려도 먹을 곳이 없다. 결국 검암역으로 나가 검암동 인근의 식당을 둘러본다. 그러나 혼자 들어가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결국 몇 번을 망설이다 김밥을 사서 다시 자전거길로 들어와 운하를 바라보며 배를 채웠다.

서풍이 불어 달리기 수월하다. 오후가 되면서 오고가는 라이더들이 늘어난 듯하다. 오전부터 공사중이던 곳에서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작업차량들도 늘어나 있다. 다시 돌아오는 길이기에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여의도 남단의 샛강 길에 들어섰다. 서강대교와 원효대교 남단보다 한적하고 정돈된 도로를 달린다.

반포부터 많은 라이더들이 보이고 서행을 자주 한다. 잠실 부근부터는 달리기를 포기하고 사람 숲을 헤쳐 나가기 급급하다. 광나루 인증센타의 스탬프는 편의점 매장 안에 있다. 주인이 불편을 호소하며 짜증을 낸다. 광진대교를 건너 구리를 지나 남양주 경계 부근에 오면 작은 고개가 나온다.

먹거리 촌을 지나면서 개인소유 땅 때문인지 작은 언덕의 비포장도로를 지나게 된다. 주인 소유 같은 트럭이 항상 길을 막고 있어 조심해야하는 구간이다. 이 고개를 지나면서 제대로 된 자전거도로가 팔당대교까지 이어진다. 팔당대교 북단에서 차도를 횡단하는 건널목이 있고 이후부터 남한강 자전거도로가 시작된다.
    

능내역에는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휴게소와 자전거대여점이 있고, 그 안에 인증센타가 있다.
이곳부터 양수리까지는 트레킹 하는 이들도 많아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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