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 칼럼=석혜탁]

                Ⓒ석혜탁 촬영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피곤해, 지친다.”

이런 말을 나도 모르게 최근 들어 자주 내뱉곤 했던 것 같다.

일을 하며 글을 쓰는 게 참 좋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갔다. 욕심이 커지면서 보다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내게 글쓰기는 분명 ‘놀이’였다. 그래서 즐거웠던 것이다. 그런데 점점 ‘작업’의 이름으로 나를 짓눌렀다.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정신과 전문의 양찬순 박사의 글이다.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 자신에게 과감하게 휴식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호흡할 때 들숨과 날숨이 똑같이 필요한 것처럼 일과 휴식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 양창순,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中

 

뻔한 말인 듯한데, 난 위에 인용한 첫 문장을 수 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자신에게 과감하게 휴식을 허용‘한다는 말이 유난히 생경하게 다가왔다. 스스로 휴식을 쉬이 허용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왔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일까. ‘들숨’만 되풀이하고 ‘날숨’은 도외시했던 지난 몇 년이 뇌리를 스친다.

돌이켜보니 요 근래 참 많은 사람을 만나며 소통했었다. 나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난 그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밖에서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를 소모한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 내가 이야기하는 것, 적절하게 분위기를 타는 것, 다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그렇게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바로 혼자 있는 시간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만의 편안한 한때를 보내면서 바깥세상에서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 양창순,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中

그렇다. ‘밖에서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 내게 부족했다. 내가 ‘휴식’으로 잘못 규정했던 그 시간에 난 무수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을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다. 그 결과가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 “피곤해, 지친다.”

양찬순 박사는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고 귀한 사람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귀한 사람이지 않은가.

이번 주말은 혼자 편안히 쉬는 ‘귀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