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의 촌철살인]

[논객칼럼=김철웅]

 오보(誤報)도 천태만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가 작년 한 해 동안 신문에서 어떤 오보가 있었는지를 조사해봤다. 오보의 기준은 정정보도를 뜻하는 ‘바로잡습니다’ 사고(社告)의 대상이 됐는지였다. 이는 해당 언론사가 스스로 기사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고친다는 뜻이다.

 ㄱ신문은 2019년 1월 7일자 사설에서 작지만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한·일 간 레이더 공방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면서 “한국 쪽에서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照射)한 게 맞는다면 정식으로 사과하고 재발을 약속하면 끝날 사안이다”라고 썼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을 ‘재발을 약속하면’으로 쓴 것이다.

 가장 많이 한 것은 단순 표기 실수였다. 총 69건의 정정보도에서 절반 이상인 38건이 이 경우였다. 가장 잦은 실수는 이름 표기로, 오류 38건 중 18건을 차지했다. 2019년 2월 18일 ㄴ신문은 1983년 단식투쟁을 벌이는 고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쓰면서 옆에 있는 부인 손명순 여사를 ‘고 손명순 여사’로 표기했다. 손 여사는 살아 있다. ㄴ신문은 숫자 표기 실수도 저질렀다. 2018년 12월 31일 ‘동맹의 갑질’ 기사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달러 환산 시 8600억 달러라고 표기했다. 그러나 실제 분담금은 8억6000만 달러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자료사진 오피니언타임스

 때로는 인용 오류도 저지른다. ㄷ신문은 4월 19일자 경실련 토론회 기사에서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본부장이 여당을 가리켜 ‘중남미형 좌파 정당’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한국이 근본적인 개혁을 못할 경우 …이대로 가면 더불어민주당은 중남미형 좌파 정당, 자유한국당은 중남미형 우파 정당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지, 여당을 중남미형 좌파 정당으로 낙인찍은 것은 아니었다.

 이상은 오보의 사례이지만 오보의 의미를 ‘잘못된 보도’로 확장하면 피해는 더욱 광범위하다. 그런 것으로는 인명이나 지명, 통계수치 등을 잘못 기록한 보도,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허위보도도 있고,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을 보도하여 피해를 준 경우도 있다. 또 필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글을 고쳐 필자의 의도와 다르게 표현된 보도, 사실을 그릇되게 과장한 보도, 전체 사실 중 일부분만을 부각하여 나쁜 인상을 심어준 왜곡·과장 보도, 한쪽의 주장만을 전달한 편파보도도 있다. 승낙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개인의 초상, 음성, 사생활, 성명을 보도한 경우도 갈수록 심각하다.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언론사가 기사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정정보도와는 달리, 반론보도는 사실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자신의 주장이나 반박을 게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이를 언론사와 직접 협의할 수도 있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이나 중재신청을 할 수도 있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언론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재위원은 현직 부장판사, 변호사, 대학교수, 전직 언론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신청인과 피신청인(언론사) 양 당사자가 적절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정의 성격상 양 당사자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므로 법원처럼 당사자를 기속할 수 있는 사법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반면 법원 소송은 당사자의 합의와 무관하게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주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이 지난 18일 독특한 형태의 정정보도를 했다. 정정보도는 보통 2면 귀퉁이에 작게 싣는데, 이번 것은 달랐다. 12면 전체를 털었다. 제목은 <‘광주의 5월’ 제대로 담지 못한 기사, 40년 만에 바로잡습니다>였다. 기사는 “(5·18민주화운동이)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원인은 언론에도 있다. 대다수 언론은 계엄군이 1980년 광주 시민들을 폭력 진압했을 때 현장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다. 언론이 스스로 당시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야 했지만 현장 취재가 부족했다. 계엄사령부 등 당국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 썼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40년 사이 청년은 노인이 됐고 중장년 세대 일부는 숨졌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괴로움 속에 살았다. 지금이라도 과거의 비극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과거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전남대 5·18연구소, 5·18기념재단의 감수를 받았다. 뒤늦었지만 경향신문의 과거 보도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40년 전의 부끄러운 ‘무비판적 받아쓰기’를 반성하고 앞날의 재발 방지도 다짐한 것이다. 이봉우 민언련 모니터팀장은 “정정보도의 크기나 비중도 살펴봐야 하는데 알아보기 어려운 곳에 배치하고 있다. 당당하게 오보를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다. 오보 정정에도 시효는 없는 것이다.

   김철웅

    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국제부장, 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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