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규의 하좀하]

[청년칼럼=한성규]

공포가 다시 몰아쳤다. 다수의 SNS채널에서 이태원 클럽 확진자 뉴스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더니 매일 뉴스에서 실시간으로 이태원 클럽 확진자 소식이 속보로 떴다.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12일 32명 이후 28일 만에 다시 30명대로 치솟았다. 일주일 넘게 10명 이하로 확진자가 발생해 겨우 안심을 하려던 참이었다.

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용인 66번 확진자가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면서 벌어진 집단감염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첫 주에만 서울 12명, 대구 2명, 인천 4명 경기 6명, 충북 2명에 제주까지 1명 확진되었다.

또 20대다. 코로나 19 평균 치명률은 2.35%이지만 연령대별 치명률을 보면 이 바이러스 무섭다. 60대는 2.73%, 70대가 되면 10.83%, 80대 이상이 되면 25%로 4명 중 한명이 죽는다. 젊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며 같이 춤추고 먹고 마시며 떠드는 사이 같은 집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죽어나간다.

집단불안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불러왔다. 60, 70대들이 20대를 욕하기 시작했다. 성소수자들이 모이던 장소들이 까발려졌다. 거짓말쟁이 인천 학원 강사발 확진에 과외선생님들, 학원 강사들이 털렸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원어민 선생님들도 일제히 털렸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무개념인 20대를 통탄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민폐왕들, 치료비 자비부담 조치하라는 선동부터~클럽 가는 20대는 민폐중국인들이랑 같다는 글까지. 이태원에서 바이러스 퍼트린 사람들 당장 구속하고 모두 신상을 까라는 요구, 걸리니까 잠수 타고 역학조사에서 거짓말하는 것까지 신천지랑 똑같다고 유사점을 물고 늘어지는 글도 확산되고 있다. 건전한 헬스장은 문 닫게 하고 유흥업소는 영업 허용한 건 이상하다며 유흥업소와 정계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지하철 역 부근.  '#클린 이태원 거듭나겠습니다!'라는 문구(뒤에서 본)가 눈길을 끈다 @오피니언타임스

우리의 20대는 왜 신천지나 클럽으로 몰려가는가?

나는 이 20대가 주축이 된 집단감염 사태의 본질을 파고들어보고 싶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치지 못하면 장소만 바꾸어 또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왜 우리의 20대는 신천지나 클럽으로 향하는가?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는 타인과의 거리 두기를 미덕으로 삼았다. 나는 외국에서 처음 돌아왔을 때 엄청나게 오해를 많이 받았다. 만나는 여자들마다 왜 자기한테 치근덕대냐고 따졌다. 나는 전혀 치근덕대지 않았고, 솔직히 별로 치근덕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냥 길거리에서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을 지었고, 카페 같은 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웃으면서 고맙다고 의사표시를 했다. 뉴질랜드에서 하던 것처럼. 그랬더니 이상한 놈, 껄떡이, 바람둥이 취급을 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 연대, 애정을 통해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는다. 한국은 모르는 사람과의 공감을 철저하게 차단함으로써 타인과의 연대를 막아놓았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하며 정서적으로 불안해진 한국인들은 이 연대를 느낄 수 있는 곳을 갈망한다.

한국의 교회에 가면 언제 봤다고 친근하게 어루만지고 빈틈을 보이면 무릎까지 쓰다듬는다. 아예 방으로 끌고 들어갈 기세다. 한국의 클럽에 가면 여자들은 엉덩이를 흔들어 대고 남성들은 틈만 보이면 자신의 물건을 여성들의 엉덩이에 비벼댄다. 아무리 외국에 살다온 나지만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진짜 너희 엄마가 너희들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아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클럽에 연락처를 남긴 사람들의 67%가 연락이 안 되는 거다. 가짜 이름, 가짜 번호가 반이 넘어 카드 이용내역, 휴대폰 기지국 조사까지 들어갔다.

모여서 춤추는 건 나쁜 것이 아니다.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은 사냥을 갔다 오면 모여서 술 먹고 춤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음주가무는 죄악시 되고 음지로 숨었다. 그때부터 축제가 그리워진 사람들은 밤이 되면 숨어서 술 마구 먹고 부비부비 난리치게 되었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정신수양이나 예배하라고 모여 놓고 계파 나누고 싸우고 난리다. 교회 가서 사업 얘기하고 돈 떼먹고 사기까지 친다. 성경에 교회 가서 사업 얘기하라고 쓰여 있나? 예수님은 그러라고 한 적 없다. 부처님이 신도들 기금 받아서 탑세우고 절 세우라고 했나? 부처님은 그런 적 없다.

기독교든 불교든 이슬람교든 종교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 종교를 행하는 사람이 항상 문제였다. 편 가르고 싸우고 다른 집단을 적대시한다. 자신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숨겨서 제대로 역학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대구와 경북지역이 바이러스로 초토화되었다. 덕분에 방역 모범국 대한민국이 중국다음으로 위험한 나라라는 국제뉴스까지 탔다. 대구시는 신천지를 고소까지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춤 깨나 추러 다녔던 젊은이들은 길거리에서 어르신들께 몰매를 맞을지도 모르겠다.

단속만 한다고 해결될까?

규제하고 고소하고 구상권 청구한단다. 잡아 족친다고 사람들이 신천지 탈퇴하고, 클럽 끊을까?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태원클럽을 단속했더니 젊은이들이 신촌이나 강남 쪽 클럽으로 몰려갔단다. 서울 유흥업소를 단속했더니 경기도, 지방에까지 유흥 원정을 간다. 신천지 때려잡으면 사람들은 또 다른 종교집단으로 몰려갈 것이다. 규제와 고소, 구상권 청구가 해결책이 아니다.

전국의 노래방도 영업 정지 상태다. 바이러스 옮기는 가게들 징벌하고 문 닫게 해도 사람들은 비슷한 곳으로 옮겨갈 뿐이다.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사업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 욕망을 풀 곳을 만든다. 그게 자본주의다. 확실하게 통제하고 싶으면 공식 확진자 0명에 빛나는 북한, 미얀마처럼 공산당으로 대동단결해서 종교금지 시키고 모든 비지니스를 국유화 하든가.

위기는 기회다

나는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잡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코로나 19로 그동안 쉬쉬하던 일들, 꺼림칙 하긴 했어도 그냥 지나치던 곳들이 속속들이 까발려졌다. 사람들이 왜 신천지며 이태원클럽에 가는지 파악해서 좀 더 건전한 곳으로, 최소한 자기가 가는 걸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곳으로 유도하면 안될까?

나는 예전칼럼에서 건전한 소비를 말했다. 대안이 없이 비판만 한다고 욕하는 분들을 위해 대안도 들어보자. 층간 소음으로 싸우던 이웃끼리 다 같이 모여 떼창하는 <우리 동네 합창단>. 할아버지 할머니, 아이들까지 모두 모여 춤추는 <동네댄스>, 술 대신 차 마시며 나누는 <집단 수다>. 얼마나 좋은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끼리는 서로 인상 쓰고 경계하면서, 나이트나 클럽만 가면 술 먹고 모르는 사람이랑 몸 비벼대는 건 무슨 심본가? 예수님 부처님 모시러 가서 사업한다고 돈 빌리고 다단계제품 판매하고 보험 파는 것은 또 무슨 짓인가. 온라인에서는 이성끼리 페미, 한남이라고 서로 비방하더니 포차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엉겨 붙어 술잔을 부딪히는 건 또 무슨 조화인가?

한국에서 타인과의 거리두기는 뭔가 잘못돼 있다. 그래서 교회 클럽에는 외로운 영혼들이 넘친다. 코로나19 바이라스 집단발병은 이런 비정상적인 타인과의 접촉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