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논객칼럼=유세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그렇지 않아도 악화된 미·중 관계는 날개없이 추락하며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지난주 유출된 중국 싱크탱크의 보고서는 중국 최고 지도부에 미·중 갈등에 대해 경고했다. 또 "미국은 이미 중국에 사실상 신냉전을 선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백악관이 지난 21일 중국의 세계 경제구상 '일대일로'를 정면 비판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대해 "미국은 중국과의 냉전을 인정하며, 중국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중국 견제에 참여할 것을 동맹국들에게 촉구한 것은 향후 미국과 중국 중 하나만 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경제가 빈사 상태에 빠지면서 사실상 인류 전체가 고통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고통이 얼마나 계속될지, 끝나고 난 뒤 빠른 회복은 가능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이미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시련으로 꼽히는 코로나19도 언제가는 분명 끝날 것이다.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피해를 가능한 한 줄이고 그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신속한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로선 그 전망이 어둡다.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위기 앞에서는 모두가 극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세계가 하나로 힘을 합치도록 이끄는 것이 이른바 양대 강국(G2)이라는 미국과 중국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떨어트렸고, 위기 해결은 뒷전으로 제쳐둔 채 서로를 비방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 따질 뿐이다. 미·중 관계가 황폐해지면서 세계는 위기를 헤쳐나갈 지도력을 찾지 못한 채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혔다.

픽사베이

미국과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를 향후 수십년간 경쟁해야 할 최대 라이벌로 꼽아왔다. 세계 지도국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만큼 양국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은 평상시에 국한돼야 한다. 전세계적 위기가 닥쳤다면 경쟁을 접고 하나가 돼 협력하는 게 마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이 투명하게 대응하는 대신, 위험을 숨김으로써 세계의 위험을 증폭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우한(武漢)바이러스 또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말로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내 피해 악화에 대한 비난을 덜고 그 책임을 중국에 돌려 오는 11월 대선에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 최초 발생국인 중국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은 오히려 중국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부름으로써 세계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들보다 일찍 코로나19 확산 통제하는데 성공한 것을 빌미로 뒤늦게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나라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자신을 코로나19 대응에서의 지도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해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의심과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며 WHO에 대한 지원금을 중단시켰다. 사실 코로나19에 대한 WHO의 대응이 너무 늦었으며 이는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데 있어 세계의 결속을 저해했고 국제질서를 교란시켰다. 미·중 갈등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많은 나라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미·중 두 나라 갈등은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라는 이념과 체제의 차이 등 이질적 요소들을 너무 많이 갖고 있어 두 나라는 쉽게 융화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가 미국에 안겨준 좌절과 분노, 그에 따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 사이에 거리감을 두어야 한다는 대중(帶中) 견제 심리와 반발, 그동안 독보적 우위를 누려온 기술 분야에서 무섭게 쫓아오고 있는 중국의 추격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양국간 무역전쟁이 격화됐었다. 여기에 대만과 홍콩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대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중국의 반발과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군사활동 강화에 따른 양국간 군사경쟁 격화, 수십년에 걸친 고속성장을 바탕으로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높여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자신감이 미·중 대립과 갈등을 격화시켰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타격을 가했지만 특히 미·중 두 강대국에 큰 피해를 입혔다. 미국은 오랜 시간 유지해온 세계 지도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고 중국은 수십년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데다 세계 공급망의 중국 의존에 대한 의문 제기로 지금까지의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기반이 위태로워질 수 있게 됐다. 지금이라도 미국과 중국은 두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피해를 초래하는 상호비방과 경쟁을 포기하고 손을 맞잡고 협력의 길로 나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나 중국이 벌이고 있는 지도력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이냐가 아니다. 인류가 코로나19 이후에도 발생 이전의 삶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유와 인권을 지키면서 사람들의 삶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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