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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하루를 씻어내다[이백자 칼럼]
심규진 | 승인 2020.06.03 09:10

[논객닷컴=심규진]

4살 된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틈만 나면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밥은 잘먹을까' '응가는 잘했을까' '나쁜 친구는 없을까'

걱정에 걱정이 더해진다.

픽사베이

그런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면 실내화를 신고 다니는데, 금요일이 되면 그 실내화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가 혼자말로 '실내화를 빨아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그 거룩한 임무를 가로챘다.

'내가 하고 싶어. 내가 씻을게'

당신은 좀 유별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들의 신발을 내게 건넸고 모두가 잠든 밤12시. 나는 아들의 실내화를 꺼내어 뽀득뽀득 씻기 시작했다. 유독 왼발 실내화가 더러운걸 보며 왼발로 무얼했나, 아니면 잘못 디뎠나, 아니면 누가 나쁜짓을 했나, 별 생각을 다했다. (이 정도 상상이면 병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유아세제를 맨손에 듬뿍 묻혀 아들의 하루를 씻어내며 세상 최고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았다.

대학입시 면접 때 꿈이 대통령이라고 말했었는데… 20대 최연소 국회의원 경선후보 때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들의 실내화를 씻는 일이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하다.

내 그릇이 원래 이것밖에 되지 않는 거라고 손가락질해도 좋다. 내 그릇은 오직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할 뿐이니까.

아들의 하루를 씻어내자 나의 내일이 그려진다. 나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아빠다.

심규진  zilso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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