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진의 청년의 눈]

[청년칼럼=윤유진]

태어나서 지금까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질문이 요즈음에서야 떠오르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제는 부르기도 무섭다는 코로나이다. 코로나는 물에서 발병하는 질병도 아닌데 물고기와 당최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필자의 갈 데 잃은 상상력과 추론이 오늘 칼럼의 주제이다.

물고기는 처음부터 아가미가 있었을까? 물고기라는 생명체가 지구에 처음 등장한 태초의 그 순간부터 아가미가 있었느냐는 물음이다. 어쩌면,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한 것이라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자연에서 생존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연선택설에 따라 모든 생물체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물고기라고 처음부터 아가미가 있었던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지구가 처음에는 육지 80%, 바닷물 20%로 이루어진 행성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물고기는 처음부터 물에서만 사는, 물 밖으로 나오면 죽는 생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물과 육지를 왔다갔다하며 살았는데, 물에서 좀 더 편안히 있을 수 있는 생물이 아니었을까? 육지에서 살고 있지만 바다를 오가며 필요한 것을 얻는 지금의 인간처럼 말이다. 그러다 지각변동 등의 사유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면서 물에서만 사는 것이 더 유리해졌고, 자연스럽게 육지보다는 물속에서 숨쉬기에 더 적합한 아가미를 발달시킨 것이 아닐까.

픽사베이

당연히 이는 필자의 상상이다. 사실일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물고기의 아가미가 처음부터 물에서 생존하기에 완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함께 상상해보자는 취지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사실, 필자도 최근 '아가미 비스무리한 것'을 획득한 것 같기 때문이다.

때는 코로나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최근이었다. 집에만 갇혀 온라인 강의에 찌들어 살았더니, 우울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두 달간 하지 못하고 있던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은 엄격한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입장부터 방명록 작성, 운동기구 사용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운동 중에 마스크를 벗거나 미착용할 시 벌금을 물게 한다는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PT를 받는데 숨이 너무 찬 나머지 마스크를 잠깐 벗고 숨만 쉬려고 한 필자는 하마터면 벌금을 물뻔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대로 계속 집안에만 갇혀 있을 것인지, 가쁜 숨을 참아가며 마스크를 끼고 운동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후자를 택했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한시도 벗을 수 없으니 근력운동은 고사하고 러닝머신 위를 걷는 것도 벅찼다. 조금만 속도를 올리면 질식사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마스크를 끼고 뛸 수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자연선택설이 정설임을 헬스장에서 깨닫게 될 줄이야.

코로나 19 발생 이후, 마스크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초기에는 소위 ‘마스크 쟁탈전’이라 불리는 약국 앞 긴 줄이 정말 장관이었는데, 최근에는 수요만큼 공급도 늘어난지라 원하거나 필요할 때 바로 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그만큼 마스크가 이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마스크를 끼면 숨 쉬는 게 약 2배는 불편해진다는 것도 당면한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예방에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는 KF-94는 그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전에 폐렴과 과호흡증을 심하게 앓아 가만히만 있어도 숨쉬기 힘든 필자는 KF-94를 쓰고 토익시험을 치르다가 거의 죽을 뻔했다. 등교한 어떤 학생은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수업을 듣다가 호흡곤란으로 혼절까지 했다고 하니, 마스크는 장단점을 가진 양날의 검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언제까지 써야 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절망적이다. 점점 더워질 것이고, 마스크는 점점 더 답답해질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영영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순 없는 일 아닌가.

필자가 과외를 하는 학생은 6층에 사는데, 그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그래서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코로나가 성행하나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마스크를 쓰고서 말이다. 코로나 예방에 적극적이려면 외부에 있을 때에는 절대로 마스크를 벗지 말고, 집안에 들어서서 손을 씻을 때까지 마스크를 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6층을 걸어 올라가서 손을 씻을 때까지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 6층에 다다를 때쯤에는 거의 지옥을 맛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은 진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생명체가 아닌가 한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계단을 한 층 오르는 일도 벅찼는데, 어느 새 아무 기복 없이 6층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러닝머신 때에도 이와 비슷하게 인체의 신비를 느꼈다. 마스크가 물이라 치면, 우리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행위는 흡사 물에 있는 것과 같다. 숨쉬기 불편하니까. 그래서 인간에게도 물고기와 비슷한 아가미가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서, 직장에서, 대중교통에서 일상생활을 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귀 뒤로 느껴지는 쓰라림과, 코와 목으로 쉴새 없이 전해지는 답답함을 이겨내야만 한다. 지금의 인류에게 아가미가 생긴다면 아마도 이러한 마스크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발달된 아가미일 것이다.

도서 <미래 시나리오 2021>은 포스트 코로나(post-covid 19) 시대에 무엇이 변할지, 다양한 방면의 변화를 시사한다. 경제, 인구, 산업, 사회, 정책 등 다양한 것이 변하겠지만, 필자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인 면에서 변화되어 고착될 현상들이 몇 가지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주변 지인이 아프면 걱정해주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이제는 먼저 저 사람이 보균자는 아닐지 의심부터 하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혐오 사회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둘째,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밀집된 채 무언가를 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즉, 공동체 활동이 줄어든다는 뜻인데, 이는 공동체 중심 사회인 한국에 큰 반향이다. 현재 대학교의 OT나 MT가 사라진 것이 이러한 변화의 시초일 것이다.

셋째, 마스크가 생활화될 것이다. 혹자는 빨리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분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그런 날은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지 모른다. 특히 한국에서는 코로나가 지나가더라도 미세먼지나 다른 이유를 들어 마스크를 영영 생활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는 우리 삶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어떤 변화는 우리를 절망스럽게 만들기도, 혹은 이전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변화 앞에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아가미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물고기는 얼마 못 가 죽고 말 것이다. 새로운 모습의 사회로 들어서는 이 기점에서, 우리가 마땅히 발달시켜야 할 아가미는 무엇인가.

윤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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