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기본소득 도입 검토 계기로

[논객단상=동이]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가 사실상 공황상태다.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대재앙이고, 전에 없던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전례없는 각오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엊그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밝힌 내용입니다. 맥락만 보면 “이게 보수당에서 나올 소린가” 싶습니다.

일 안하고 놀기만 해도 주겠다는 기본소득!  진보의 아이콘격인 기본소득 어젠다를 원조보수 미래통합당이 '도입검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구직활동을 해야 주는 실업급여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일 할 생각없이  ‘그냥 놀고 먹고 쉬기’ 만해도 주는, 받는 입장에선 그야말로  ‘꿈의 복지’인 기본소득. 월급처럼 주겠다는 것이어서 어떠한 진보정책보다 앞선 복지정책입니다.

'배고플 때 빵 사먹을 자유를 주자'는 기본 소득.@오피니언타임스

기본소득은 조건없이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기에 (이번 국가재난지원금같이) 대규모 국가재정이 투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 한사람당 월 30만원씩만 준다고 가정해도 연간 소요액은 180조원. 재정규모도 규모지만 재정이 성장동력 확충에 쓰이지 않고 소비로 직행하는 탓에 보수진영 스스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해온 사안입니다.

그런 정책을 진보도 아닌, 보수 미래통합당이 꺼내 든 겁니다. 그동안 진보진영 일각에서 논의가 있어왔지만 미래통합당이 '본격적인 도입검토'로 선수를 치고 나온 격이어서 진보진영으로선 다소 머쓱해졌습니다.

기실 미증유 경제위기 속에 지원된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도 ‘기본소득이다’ ‘재난지원금이다’ 논란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으로 이름을 정리했지만 기본소득 신봉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경기도 지원분)으로 명명하고 집행했습니다. 같은 성격의 돈을 두고 진보진영에서조차 이름을 달리 할 만큼 '기본소득이냐', '재난지원금이냐'에 따라 정책의 온도차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2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자”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주다보면 재난지원금도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의 범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국내외로 봐도 논의만 무성할 뿐 정책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실험단계의 정책일뿐입니다. 스위스에선 2016년 기본소득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77% 반대로 무산됐습니다.이후 핀란드가 2년간 기본소득을 실험했지만 근로의욕 저하 등을 이유로 중단한 정책입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펴온 정부도 기본소득 도입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보조차 조심스럽게 접근해온, 현금살포 정책을 보수 미래통합당이 어젠다로 거머줬습니다.  ‘빵 사먹을 돈이 없다면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가 있을 수 있겠느냐?'며 실질적 자유개념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시대 일자리 축소에 대응할 최소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며 외연을 진보쪽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노인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청년수당은 물론 실업급여 등 선별적 복지비용과는 그 성질이 판이한, 무차별적 재정투하 정책이라는 점에서 보수당이 과연 밀어부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당 일각에서 우려의 시각과 함께 ‘민주당 2중대’라는 소리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스위스에서도 부결시켰습니다.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샌 줄 모른다고, 유럽에서 했던 논의과정과 고민을 알지 못하고 그대로 베끼고 있습니다.표 얻는 게 아무리 다급해도 책임있는 야당이라면 동조해선 안됩니다”(이언주 전 의원/2020년 6월1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미래통합당이 '포퓰리즘 비난'을 감수하며 계속 이슈화시켜 나갈 수 있을 지, 실상 파악후  ‘디스카드’할 지 주목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