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재무상태 지적은 협상 더 유리하게 만들려는 전략”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 발표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인수가 늦어져도 아쉬울 게 없는 현산 입장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재계 관계자들은 “현산은 인수 대금을 최대한 깎겠다는 전략”이라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현산에 제시할 조건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단은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의 모임이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이기로 하고 인수 대금 2조5000억원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납부했다. 인수는 오는 27일까지 마무리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업에 불황이 닥치고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져 인수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워졌다.

지난달 29일 산업은행은 현산에 공문을 보냈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인수 계약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산은 지난 9일 인수를 할 마음은 있지만 인수 조건은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현산 입장문을 보면 지난해 인수 계약 당시보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2조8000억원 추가 인식됐다. 차입금은 1조7000억원 더해졌다. 순손실은 8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아울러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차입금 증가와 재무상태표 변화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현산은 인수 계약 기한 연장엔 동의했다. 현산과 채권단 등은 오는 12월 27일을 시한으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항공업 침체는 적어도 2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몸값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얘기”라며 “시간을 끌수록 좋은 건 현산”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부채 증가 등은 인수를 무산시킬 수 있는 치명적 회계 이슈라기보다는 인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방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현산이 협상을 자신들 쪽으로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뜻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현산은 돈을 가급적 안 쓰겠다는 태도”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채권단이 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지원금 만기·금리 조정 등 당근책을 제안할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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