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신재훈]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동물의 경우 세대가 거듭되어도 본능에 의한 생존 기술 외에는 축적된 지식의 형태로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반면 인간은 선조들의 경험과 지식이 온전히 다음 세대에게 전달된다. 다시 말해 현재 세대들의 지식은 선조 때부터 축적되고 전달된 경험과 지식의 총합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개인의 지식과 경험 또한 앞서 살아온 선조들, 그리고 동시대를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것이 대부분이다.

남을 통해 배운다는 의미를 지닌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고사성어는 시경 <소아>편에 나오는 학 울음소리를 소재로 한 '학명'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인 “타산지석 가이공옥(他山之石 可以攻玉)에 나오는 표현이다.직역하면 “다른 산의 몹쓸 돌이라도 내 옥을 다듬는데 소용이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돌과 옥은 각각 소인과 군자를 상징하므로, 행간의 의미는 “소인배의 하찮은 언행조차 군자가 마음을 수양하고 덕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로 풀이될 수 있다.

픽사베이

타산지석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고사성어가 있다.직역하면 반대의 가르침을 주는 스승, 즉 잘못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을 가리키는 말이다.의역하면 남의 잘못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비슷해 보이는 타산지석과 반면교사 두 고사성어는 쓰임새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타산지석은 작고 하찮은 대상이나 나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일이더라도 참고하여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데 도움을 얻는다는 것이고, 반면교사는 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과 실패를 거울삼아 나의 가르침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로 거의 차이 없이 '남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경영에서도 타산지석, 반면교사와 그 본질이 거의 유사한 '벤치마킹'이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쓰인다. 벤치마킹은 개인, 기업, 정부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자신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나 사례를 정하고, 그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필요한 전략 또는 교훈을 찾아 적용하려는 경영활동의 하나다.

이 말은 원래 토목공사에서 건축물의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 세워 둔 쇠막대에서 유래하였다.기술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건축물을 세울 때 그 높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동원된 방법이 건축물 주변에 수치가 매겨진 쇠막대를 세워 두고, 그때그때 높이를 표시해 두는 것이었다.이때 쇠막대에 표시한 기준점을 지칭하는 용어가 바로 벤치마크(Bench mark)다. 벤치마킹은 벤치마크에 ing를 붙여 벤치마크를 세우거나 활용하는 전반적인 행위를 말한다.

경영분야에서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82년 제록스사의 교육 및 조직 개발 전문가모임에서였다.1989년 로버트 캠프 박사의 <벤치마킹>이라는 저서를 통해 동종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의 경영기법도 비교 분석함으로써 벤치마킹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제 이 글의 결론이다.

전편에서 소개한 전화위복이 나쁜 일도 우리의 마음 가짐과 노력에 따라 기회로 활용되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면, 타산지석과 반면교사 그리고 벤치마킹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타인, 타사의 성공과 실패를 활용하는 효과적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은퇴인들에게 타산지석과 반면교사, 그리고 벤치마킹은 한 마디로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한 필수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은퇴하기 전 미리 은퇴생활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는 마치 죽기 전에는 죽음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우리가 은퇴 하기 전에 은퇴생활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아닌 타인,즉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은퇴 선배들의 경험을 통해서다.

성공적인 은퇴생활을 하는 선배들에게서는 성공의 비결을, 은퇴생활에 실패한 선배들에게는 실패의 원인과 실패를 피할 수 있는 비결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타산지석의 의미일 것이다.이는 또한 내가 슬기로운 은퇴생활을 연재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서운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은퇴생활은 등산에 비유하면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것과 같다.

운동 능력, 사고 능력, 감각 능력 등 신체 능력뿐 아니라 소득, 자산 등 경제 능력까지도 점점 낮아 진다. 또한 대부분의 산악 사고가 하산할 때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은퇴 후에는 큰 돈을 벌거나, 큰 성공을 하거나, 귀인을 만나는 것과 같은 좋은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돈 들 일이 생기는 것과 같이 소위 나쁜 일들만 줄줄이 생긴다. 그래서 은퇴 후의 삶은 큰 실패만 없으면 성공이라고 얘기하는지도 모른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성공을 추구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줄여 실패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은퇴 선배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크고 작은 실패(수)를 피하거나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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