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어록2-탄신 250주년 특별기획



다산 정약용의 저서 <경세유표>의 제1편 6관 가운데 동관 공조 편에 씌어 있는 말이다.

당시 조선은 적지 않은 전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한 수영마다 적어도 200여척을 거느리고 있었다고 한다. 현대적인 전함은 아니었겠지만, 당시 동아시아의 해군 전력을 고려해 볼 때 적지 않은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특별한 전쟁을 치르지 않고 평화롭게 살았다. 조선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이렇다 할 전쟁이 없었다. 조선은 일본과 다시 평화를 회복하고 청나라가 중국 본토를 차지한 이후 이에 도전하는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조선이 보유하고 있던 그 많은 전함은 활용되지 않은 채 항구나 모래톱에 세워둘 뿐이었다. 전쟁이 없으니 전함은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었고, 따라서 좀먹고 눈과 비 때문에 곰팡이가 생기고 썩게 된다. 이렇게 방치해 두면 막상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쓸 수가 없게 된다.

다산이 보기에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다산은 이들 전함을 평상시에는 좀더 요긴하게 활용하자고 사용하자고 제안한 생각한 것이다. 다산은 구체적으로 근처 백성에게 빌려주어 상선이나 어선으로 쓰게 하거나 세곡을 운반하는 조운선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민간에서 전함을 이렇게 활용하다가 적군이 침입하면 즉시 소집해서 전함으로 쓰면 된다고 다산은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전함이 너무 멀리 나가지 않도록 활동반경만 제한해 두기만 하면 된다.
 
 배를 민간에 빌려줄 때는 물론 적당한 비율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 선세의 세율은 일반 사전의 선주가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 10분의2보다 낮아야 한다. 그러면 재정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전함을 빌려주고 걷은 세금으로 수리비용을 마련함은 물론 이고 새로 건조하는 비용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당시 수영에서는 배를 수리하거나 새로 짓는 비용을 일정 비율로 제감하곤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게 된다. 그야말로 관청이나 백성 모두에게 이로운 방안이라고 하겠다.

지금 만일 백성에게 행상하도록 허가한다면 이런 비용이 없어지고 또 빨리 썩지 않으니, 수영과 백성 모두에게 편리함이 이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거북선이나 골선 같은 배는 이렇게 상선으로 활용할 수 없으니 수군이 계속 거느리면서 훈련할 때 써야 한다. 그 훈련비용도 다른 전함을 민간에 빌려주고 걷는 선세로 충당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산은 말한다. 

다산의 이런 제안은 국가의 시설과 물품을 120% 활용하자는 의미에서 지극히 실용적인 방안이다. 오늘날에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가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그 무슨 시설이나 물품을 짓거나 만들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테면 최근 개통된 아라뱃길을 비롯해 지방 곳곳에 지은 공항이나 운동장, 청사 등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들 시설은 공연히 막대한 유지비만 달라고 한다. 아마도 다산이 지금 시대에 살아서 이런 모습을 봤다면 기겁할 것이다.

 반대로 그 무슨 시설과 물품을 짓거나 만들 때에도 반드시 활용가치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공항이나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할 때 반드시 충분한 수요조사와 타당성 검토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 활용도가 낮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활용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정확하고 충분한 조사를 거쳐 타당성이 충분히 입증된 다음이라야 한다.

요컨대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유효적절하게 사용하고, 일단 만들어진 시설과 물품이라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원칙이다. 이는 다산의 시대나 지금의 시대나 다를 바 없다. 다산이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이치 이외에 다름 아닐 것이다. 국가재정도 튼튼하고 국민의 삶도 윤택해질 수 있는 길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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