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56>

[논객칼럼=김대복]

“산에 가면 입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심에 내려오면 구취가 납니다.”

한 구취인을 진료할 때 들은 이야기다. 그의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입냄새는 숲에 머물러도 솔솔 새어나온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산속에서 구취가 나지 않는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그런데 나무가 울창한 숲에 계속 있으면 입냄새가 완화된다. 이 시각에서 숲과 입냄새 해소는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또 입냄새가 나도 확 트인 자연에서는 금세 사방팔방으로 사라진다. 냄새가 심하지 않다면 옆 사람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또 산에 자주 가면 건강이 좋아진다. 만성소화불량, 위산역류 등 질환성 구취는 원인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등산과 삼림욕의 생활화는 항균작용, 긴장완화, 심신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숲과 계곡에 풍부한 음이온과 산소는 진정, 혈액순환 촉진, 자율신경 조절 효과도 있다. 도심과 달리 산속에서는 지극히 평온함이 깃드는 이유다.

소나무 군락지@오피니언타임스

산에 오래 머물면 입냄새가 완화되는 직접적 이유는 피톤치드(Phytoncide)와 테르펜(Terpene) 효과다. 피톤치드와 테르펜에는 나무에서 나오는 방향성 물질로 살균력이 있다. 질병 예방이나 질병악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무는 병균과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폴리페놀계의 방향성 물질은 심폐기능 강화와, 염증 및 독소 완화에 도움이 된다. 테르펜은 신진대사, 혈액순환, 심신 안정, 살균작용을 촉진한다. 심한 아토피나 폐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삼림욕이 권장되는 이유다.

피톤치드와 테르펜의 항균작용은 입냄새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입냄새의 주요 원인은 세균이다. 박테리아가 타액 단백질과 펩타이드에 작용하여 악취를 풍기는 휘발성화합물 생성한다. 악취 유발 세균의 주 서식지는 혀의 찌꺼기다. 피톤치드는 입안의 항균작용을 통해 세균을 줄여준다. 또 휘발성 황화합물과 반응하여 생긴 입냄새 성분을 액체 상태에서 침전시킨다. 이로써 냄새가 완화된다.

긴 시간으로 보면 피톤치드는 입안의 유해 미생물에 대한 항균작용으로 구취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도 구취 유발 성분에 화학작용을 해 악취를 완화할 수 있다. 또 구강질환은 물론 위장질환, 이비인후과 질환에 긍정적 요소가 있다.

그러나 삼림욕은 치료의 보조요법, 치료에 유효한 환경 조성에 의미를 둬야한다. 치료는 구취의 원인 파악과 적절한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생리적인 구취는 자연에서 쉽게 사라지지만 병리적인 구취는 약물 등의 처치가 이뤄져야 해소된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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