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자의적 기소권 행사 자제한 개혁 무위로 끝내선 안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사진은 이재용 부회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심의 결과는 일방적이었습니다. 수사심의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이재용 부회장 손을 들어줬죠. 결국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해선 안 되며 수사도 중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왔습니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검찰이 기소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과연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불기소할까요. 쉬운 일은 아니겠죠. 지난 1년 7개월간 진행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사건 수사의 정당성이 부정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여당 정치인과 친여 성향 언론, 시민단체는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라며 검찰에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다들 문재인 정부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수사심의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몇몇 수사심의위원이 친(親)삼성파라는 의혹까지 쏟아냅니다. 비합리적, 감정적 언행이지만 검찰로선 묵살하기 힘들죠.

그러나 검찰이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나 또는 외부 압박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한다면 악수(惡手·바둑이나 장기에서 두는 나쁜 수)를 두는 셈입니다. 검찰은 2018년 수사심의위 제도를 도입한 후 줄곧 수사심의위 판단을 존중해 왔습니다.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를 자제한 거죠.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면 그런 개혁이 무위로 끝나 버립니다. 다른 비슷한 사안에서도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라는 여론을 차단할 수 없을 테고요.

검찰은 흔히 칼을 쓰는 무사 집단에 비유됩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해 거물급 피의자들을 가차 없이 구속하고 법정에 세우는 모습에서 비롯됐죠. 칼잡이는 언제 칼을 빼야 하는지 알아야 하듯 칼을 거둘 때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재용 부회장 건도 마찬가집니다. 검찰이 칼을 휘둘러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면 일각에선 거악(巨惡)을 법의 심판대에 올렸다고 칭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수사심의위)를 무너뜨리고 기소권을 남용했다는 부정적 여파는 두고두고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어떤 선택이 검찰과 우리 사회에 장기적으로 이로울진 자명합니다. 어렵겠지만 검찰이 칼을 집어넣는 결단을 내리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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