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논객칼럼=황인선]

코로나19 덕에 국뽕('국'가+히로'뽕'이 합쳐진 말) 유투브를 몇 번 봤더니 그 뒤로 유투브 검색봇은 그런 뽕 유투브를 내게 다발로 안겨준다.

한국 진단키트와 선진적인 방역체제에 세계가 찬탄과 모방을 한다는 내용에서 이제는 산업, 과학기술, 문화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제목은 낚시 전술을 따라 ‘충격’, ‘경악’, ‘소름’... ‘극찬’ 등의 단어로 유혹한다. 인기 국뽕의 조회는 평균 40만. 중복 조회를 감안하면 최소 100만 명이 그런 국뽕 뉴스를 볼 것이다. 한국 인구 2%. 율곡의 10만 양병설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숫자다. 그런 국뽕들이 국민을 위로하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애국적 위민(?) 기능은 하겠지만 그것은 정신승리 위민일 뿐이다. 그런 위민 국뽕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위민의 왕 세종과 집현전을 떠올리게 된다. 500년 전 동아시아 지식계의 대사건, 위기 때마다 한국인이 돌아가야 하는 큰 산-집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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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집현전을 만들어야

세종은 집현전(集賢殿. Guru Palace)을 만들고 집현전은 세종시대를 열었다. 중국에 눌렸고 사대부에 눌렸던 어린 백성들을 위해 실용적 정책과 지식 개발, 그리고 수많은 실험과 발명으로 이루어진 위민의 아카데미인 집현전의 방대하고도 깊은 실천은 지금도 놀라울 뿐이다. 그리스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보유국이라면 한국은 세종과 집현전 보유국이다. 우리는 세종을 기려 거리, 도시, 대학교에 그 분의 이름을 새겼지만 정작 그의 아바타였던 집현전은 잘 세우지 못했다. 몇 개 있어도 그 뜻이 작거나 이기적이어서 집(集)과 현(賢)자를 붙이기 민망하다. 전(殿. 큰 집, 대궐)의 격도 없다.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세종의 위민 실천을 잇는 집현전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세월이 500년 흘렀으니 세종 대(代)의 미션을 가지는 집현전은 아닐 것이다. 물음 하나. 그럼 무슨 집현전이어야 할까? 트럼프가 한국을 G7회의에 불렀고 세계가 한국이 선진국임을 절감하니 선진국 미션에 걸맞으면서도 위민의 대왕 세종의 전통을 가진 집현전이어야 한다. 물음 둘. 집현전의 핵심은 위민인데 지금의 위민에서 민(民)은 과연 누구일까, 한국인? Not at all.

지구민이 신(新) 집현전의 민이어야 맞다. 지금 지구민은 세종대의 민처럼 어리다. 포스트 코로나19 사회의 언택트, 온택트, 디택트 등을 사방에서 말하지만 그것들은 지구의 지속가능성 테마 중 아주 일부이다. 지구정책연구소장으로서 지구 복원 로드맵인 ‘플랜 B’를 주창하는 레스터 브라운이 쓴 『앵그리 플래닛」에는 무너지는 지구의 소름 돋는 실상이 나온다. 지구의 지속가능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는 멀리 있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도 열파(Heat wave), 주기적 전염병, 가뭄, 초미세먼지, 식량 자급자족 등으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린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화석연료 사용량과 EU가 금지하는 플라스틱, 1회용 제품 사용량은 늘고 있다. 학대 환경에서 키운 동물들 고기와 젖을 이용하며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하는 정크 푸드 산업은 빨리+편리만을 쫓는 배달산업의 욕망과 짝짜꿍해서 소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건들은 여전히 소수자이며 지구를 살리고 동물권을 지키는 대체육 개발보다 소비를 조장하는 핀테크에 투자가 몰린다. 장난감, 불필요한 판촉물과 선물, 천원 샵/1+1 같은 저가상품 등의 환경오염도 만만치 않다. 따릉이가 인기라지만 큰 차가 더 인기다. 국뽕들은 이런 한국은 다루지 않는다. 한국은 과잉 욕망과 과시, 과식의 3과(誇) 사회다. 이것이 코로나 진단키트를 넘어 지구 진단키트가 한국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이다.

조선의 위민을 넘어 지구의 위민으로 가는 길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사회혁신 집현전’이 그래서 필요하다.

이 길을 같이 할 지구민과 지구적 기업들, 그리고 대학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서울혁신파크도 이 길을 갈 것이다.

 황인선

현 서울혁신센터장. 경희 사이버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KT&G 미래팀장, 제일기획 AE 등 역임. 컨셉추얼리스트로서 마케팅, 스토리텔링, 도시 브랜딩 수행. 저서 <꿈꾸는 독종>, <동심경영>,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컬처 파워>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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