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57>

[논객칼럼=김대복]

입냄새가 심한 사람이 있다. 그의 가족이나 친지에게도 입냄새가 날까. 입냄새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전되지 않는다. 이는 특정인에게 구취가 풍겨도 주위 사람은 입냄새에서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그런데 구취 유전자는 없지만 입냄새를 일으키는 환경에의 노출은 유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특정인에게 구취가 나면 생활공간이 같은 주위 사람도 입냄새가 날 가능성이 있다. 드물지만 가족 단위의 구취인들이 있는 이유다. 특정인을 중심으로 구취가 날 개연성은 부모 형제 순이다.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에 공통점이 많고, 같은 환경에서 사는 게 대부분이다. 형제도 비슷한 상황이다.

구취 동반 확률이 가장 높은 경우는 쌍둥이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는 한 명에게서 입냄새가 나면 다른 한 명도 구취 개연성이 높다. 반면에 이란성 쌍둥이의 입냄새 연관성은 다른 형제와 차이가 없다.

구취는 유전이 아니지만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일치해 환경에의 반응도 유사하다. 따라서 타고난 건강도, 질환에의 강약 여부, 두뇌력, 취향도 환경이 같으면 거의 비슷하게 발현된다. 입냄새를 유발하는 소화기의 튼실도, 입안 구조와 건강, 이비인후 기관의 건강도와 구조, 생활습관, 섭생에 공통점이 많다.

픽사베이

설태가 끼는 혀의 형태도 거의 판박이다. 입냄새는 유전되지 않지만 혀의 형태가 일란성 쌍둥이에게 같이 유전되기 때문이다. 구취 유발 요인인 약한 치아, 몸이 찬 체질, 육식 체질, 소화불량 체질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 결과 비염, 알레르기, 위궤양, 축농증 등과 같은 질환도 같이 앓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정과 세포 분열로 설명이 가능하다. 일란성 쌍둥이는 1개의 수정란이 2개나 4개의 세포로 분열한 뒤 각자 성장한 생명이다. 1개의 수정란이기에 세포 분열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유전자, 혈액형, 성별이 같을 수밖에 없다. 생김새와 장부의 특징까지 유전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요즘 인공 수정이 늘면서 일란성쌍둥이가 늘고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의 출산 확률은 약 1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에 이란성 쌍둥이는 2개 이상의 난자에 다른 정자가 수정돼 성장한 생명이다. 유전정보가 같지 않다. 따라서 외모, 성격, 혈액형, 성별 등이 다를 수 있다. 한 명에게 입냄새가 나도 다른 한 명의 연관성은 극히 낮다. 유전적으로 보면 이란성 쌍둥이는 다른 형제와 같다.

그런데 입냄새는 신체의 유전적 특성만으로는 발현되지 않는다. 외부의 자극, 식생활, 습관에 따라 몸이 다르게 적응하고 성격도 다를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가 환경이 다른 집에서 자라면 전혀 다른 성격과 지능지수 등을 보이기도 한다.

쌍둥이 80쌍을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어릴 때는 쌍둥이의 거의 같은 생활방식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차이가 나는 삶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지능지수와 성격은 다시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유전과 환경이 동시에 영향을 미침을 뜻한다.

구취가 나려면 환경요인이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가령, 굴곡이 많고 거친 혀의 형태를 받은 사람이 입안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음식 잔해물 등의 영양분이 침착돼 박테리아가 증식된다. 이 경우 구취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유전적으로 구취에 약한 체질은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가족, 특히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에게 입냄새가 나면 다른 한 명도 환경과 섭생, 건강을 체크하는 게 좋다. 이 과정을 통해 구취 요인을 미리 제거하면 입냄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입냄새 예방은 구강질환, 이비인후과 질환, 소화기질환 예방과 음식조절로 가능하다. 만약 입냄새가 나면 빨리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받으면 치료가 된다. 치료는 발병 기간이 짧을수록 빠르게 된다. 구취 치료기간은 보통 1~3개월이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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