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늘의 하프타임 단상 26]

[논객칼럼=최하늘]

The best is yet to come!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꽤 오래전부터 내 카톡 계정에 띄워놓은 상태 메시지다. 이것은 광야와 같은 인생길을 걷는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다.

세월의 흐름 따라 내가 고대하던 ‘가장 좋은 것’도 변해왔다. 지나고 보니 그들 중에는 헛된 것들도 없지 않았다. 소망이 아닌 욕망인 것들이 그랬다.

이제 내가 기다리는 ‘가장 좋은 것’은 하나로 고착됐다. 나에게 절대 진리가 된 셈이다. “만일 내가 1년 후에 죽어도 이것을 간절히 바랄까?” 이 질문이 나를 더욱 확신케 한다. 대답은 Yes다.

그것은 다음 생에 대한 소망이다. 이곳에서의 삶을 마친 뒤에 펼쳐질 다음 생을 기대한다. 이 땅에서의 삶은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산다. 몸은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 해도, 인간의 본질인 영은 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영원한 삶을 어디에서 누구와 보내게 될 것인지가 관건일 뿐이다.”

불교나 기독교, 이슬람교, 무속신앙 등 많은 종교가 대체로 갖는 세계관이다.

이들은 이 땅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고 다음 생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 가운데 40.7%가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고, 41.6%는 사후사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17.7%는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다.

나는 사후세계가 있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늘 궁금하다. 내가 가게 될 다음 세상은 어떤 곳일까. 머릿속에 그려보려 하지만 도무지 감이 안 온다. 애써 상상해 보지만, ‘비할 데 없이 아름답고 좋은 곳’의 이미지가 떠오르질 않는다.

사고나 질병으로 잠시 죽었다 살아난 사람 중에 사후세계를 보고 왔다는 이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죽음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가 수집하고 연구한 임사체험 사례만도 2만 건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자기가 본 것을 책으로 펴낸 이도 적지 않다. 이 중 몇몇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내가 머지않아 가서 영원히 거하게 될 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그런 경험을 쓴 책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머릿속에 남는 그림이 없다. 그러다 얼마 전 누가 추천해 찾아본 책 한 권이 있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책 표지 @김영사 홈피 캡쳐

하버드 메디컬스쿨에서 교수와 의사로 일하던 이븐 알렉산더(1953~)가 쓴 ‘Proof of Heaven’이다. 국내에서는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2013년 출간돼 아마존과 뉴욕타임즈 등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킬 만큼 많이 읽힌 책이다.

미국의 유명 신경외과 의사로서 명성을 떨치던 그가 어느 날 희귀한 뇌손상을 입고 7일간 뇌사상태에 빠진다. 이 시간 동안 그의 영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자신의 몸을 빠져나와 사후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저쪽 세계와 그곳에서 만난 존재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가 쓴 책에 의하면, 그는 이 여행에서 두 개의 세계를 만났다. 그가 처음 간 곳은 ‘암흑인데, 보는 것이 가능한 암흑’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지렁이의 시야로 보는 세계’를 경험했다. 흐릿하고 희미하고, 밀실 공포증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고 그곳에서의 느낌을 전한다.

그곳에서 그는 몸이 없었고, 사람도 동물도 아닌 그 이하의 어떤 것이었다. 배설물같이 더러운 곳에서 괴이한 동물들의 얼굴이 거품처럼 올라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다가 사라졌다. 이따금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왔다. 자신이 그전에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기억이 없고, 시간은 밑도 끝도 없이 펼쳐졌다.

그는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가 이 질문하는 순간 어둠으로부터 새로운 무언가가 솟아 나왔다. 완전히 반대되는 그 무엇이었다. 그는 “평생 노력해도 나에게 다가온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묘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것이 황금빛의 새하얀 빛줄기를 발함에 따라 주위의 어둠은 점점 부서지면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최고로 화려하고 구성진,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뒤 빛의 한 가운데가 열려있는 구멍, ‘푸르게 빛나는 관문’으로 순간 이동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가장 이상하고,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찬란하게 빛나고, 생기가 넘치고, 황홀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아래로는 전원풍경이 펼쳐졌다. 그는 날고 있었고 나무들, 들판, 시냇물, 폭포 그리고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을 췄다. 그 위로는 천사들이 활 모양으로 날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꿈의 세상….

그것은 생생한 현실이었다. 그는 한 아름다운 여인(그는 그녀가 천사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돌아와 한 사진을 보니 그가 만난 적이 없는 죽은 여동생이었다)의 안내를 받으며 수백만 마리 나비 중 한 마리의 날개 위에 앉아 그곳 세계를 여행했다.

여행 중 질문이 떠오르면 답은 즉각 주어졌다. 생각이 직접 들어왔다. 그는 거기서 만난 고차원적 존재들의 은빛 몸을 ‘들을 수’ 있었고, 희열의 극치로 물결치는 그들의 노래를 ‘볼 수’ 있었다. 거기서는 무언가를 알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에 다다랐다.

그는 칠흑같이 깜깜한데도 동시에 빛이 흘러넘치는 곳에서 중심근원이 되는 존재를 만났다.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생각들이 밀려와 직접 소통을 했다. 이 존재는 사방에 있으면서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따뜻했고 인격적이었다. 이때 자신이 처한 상황은 자궁 속에 태아가 존재하는 것과 비슷했다고 그는 말한다.

이븐 알랙산더가 묘사한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림 대신 몇 개 단어가 떠오른다. 빛, 찬란함, 조건 없는 사랑, 아름다움, 광대함, 경이로움, 따듯함…. 언젠가는 직접 만나게 될 새로운 세상이 기대된다. 그것은 내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The best’일 것이다.

 

 최하늘

 새로운 시즌에 새 세상을 봅니다. 다툼과 분주함이 뽑힌 자리에 쉼과 평화가 스며듭니다. 소망이 싹터 옵니다. 내가 죽으니 내가 다시 삽니다. 나의 하프타임을 얘기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