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단상=권혁찬]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낙동강 위에 조성된 전통 섶다리가 재개통한 지 40여일 만에 집중 호우에 유실됐다. 앞서 안동시는 지난해 5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을 맞아 120m 길이의 하회마을 섶다리를 가설해 임시 운영했다. 섶다리는 하회마을 명물로 자리잡으면서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됐지만 같은해 9월 24일 제17호 태풍 '타파'로 80m가 유실되면서 안전상 문제로 철거됐다. 그러다 섶다리를 재가설해야 한다는 지역여론에 따라 지난 5월 29일  만송정 앞에서 옥연정사 방면으로 길이 114m, 폭 1.5m의 목교로 재가설됐다. 중심부 기둥을 보강하고, 상판은 나무와 솔가지, 흙으로 만들었지만 이번 집중 폭우에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유실된 것이다...”(뉴시스 7월 14일)

안동 하회마을의 전통 섶다리가 또 다시 유실됐다는 보도입니다.

섶다리. 강가에 살았던 이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일테지만, 내륙이나 해안가에 살았던 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풍물'이죠.

섶다리는 강물 수위가 높지 않은 계절이나 갈수기에 주민들이 쉽게 건너 다닐 수 있게 세운 전통 나무다리입니다. 보통 참나무로 다리기둥을 세워 상판을 나무로 엮은 뒤 그 위에 솔가지 같은 섶을 깔고 흙을 덮었습니다. 

강원 영월 주천강가에 세워진 쌍섶다리 @오피니언타임스

얼기설기 만든 가설교지만 소도 지나다닐 만큼 튼튼했습니다. 나무와 솔가지,흙으로만 만들었으니 시쳇말로 친환경 다리라 불러 무방하죠. 다리 중간쯤 가면 흔들~흔들~ 출렁다리 느낌마저 줘 이즈음 지방축체 체험공간으로도 인기 '짱'입니다.

강원 영월에선 겨울축제 행사장인 동강둔치와 덕포제방을 연결하는 길이 220m, 폭 2.2m 의 섶다리를 설치해 체험공간으로 활용했고, 인근 판운 섶다리, 주천 쌍섶다리도 한때 명소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섶다리는 산천경개와 어우러져 자체만으로도 넉넉함을 선사해줍니다.  '소와 함께 섶다리를 건너는 농부'의 모습이 연상될 만큼 정감있게 다가오죠.

섶다리는 물 위에 떠있는 듯 낮게 세워져 강물이 불어나면 떠내려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러나 강물에 휩쓸려 사라져도 '민초들의 삶을 위해' 오뚝이처럼 다시 세워지곤 했습니다. 물론 이즈음 섶다리가 있던 곳이야 콘크리트 교량들이 다 들어섰지만서도...

호우 앞에서 무력하게(?) 유실된 하회마을 섶다리.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 모두 허탈할 겁니다. 안동시 관계자는 "수위가 낮아지면 정밀 조사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섶다리를 철거하거나 복구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전통문화 보존차원에서라도 속히 재개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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