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아재는 울고 싶다]

[청년칼럼=하정훈]

좋은 직장은 무엇일까? 좋은 직업은 또한 무엇일까?

직장을 구하고 있다. 업을 새로 찾고 있다. 이전에 했던 일들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나를 소진시키고 더 이상 창의적이지 않고 기계적인 반복업무는 이젠 싫다. 나를 계발하고 성장시키고 보람되는 일을 찾고 싶다. 지금도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난 여전히 일에 만족하지 못했다.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업을 선택했고, 직장을 선택했음에도 왜 맨날 도돌이표마냥 원점으로 돌아오는 걸까? 위대한 사람들의 말처럼 가슴 뛰는 일에 도전했고, 열정이 따랐고, 내 자신을 헌신했음에도 결국 돌아오는건 권태였다.

요근래 쉬면서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좋은 일을 찾기 위해서,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만한다고 절대 해결되진 않겠지?

이쯤에서 생각을 정리해볼겸, 내가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했던 일의 조건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픽사베이

먼저 열정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열정. 내 마음속에서 그 무언가에 대한 펄펄 끓는 사랑.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내가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선택하는 일에서 주인공이 있고, 엑스트라가 있는 것이지. 그리고 주인공은 몇몇 극소수이고 엑스트라는 대부분의 다수라는 게 함정이지만...

나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마음속에 펄펄 끓는 열정의 방향으로 배우의 길을 선택했고, 도전했지만 역시나 녹록치 않았다. 나 말고도 배우 지망생들이 정말 많았다. 너무도 너무도 말이다. 대학로에 가면 연기 잘하는 배우들 또한 엄청 많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선망하는 배우의 위치에 올라가는 배우의 일로만 먹고사는 배우는 극히 소수다. 열정만 따라가기엔 나랑 똑같은 수많은 열정들이 너무도 많다라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엊그저께만 해도 내 적성, 내가 잘하는 것에 맞춰서 구직분야를 분류하였다. 그에 맞는 몇몇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있었고, 곧바로 지원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 잡플래닛'이라는 플랫폼을 보게 되었다. 그 플랫폼은 전현직 기업의 종사자들이 다녔던 기업에 대한 '좋고 싫음'의 리뷰를 남기는 플랫폼이었는데, 내가 고려했던 그 기업은 아주 그냥 개차반인 기업들이었다. 노동법 준수는 커녕 대표는 아예 출퇴근도 안한다는 여러 리뷰들. 하긴 적성이고 나발이고 이놈의 한국사회는 갑질하면 그냥 좋아하는 일도 떠난다. 그럼 내 마음을 따라가지 말라는 것인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다만, 한국사회는 특이하게도 좋아하는 일을 싫어해버리게 하는 분위기와 환경이 많이 존재한다.

얼마 전 본 책에서 결국 행복의 비밀은 ' 자발성'이란다. 자율과 통제력이 얼마나 자기 손에 쥐어져 있느냐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무척 공감했다. 내가 생각할 때 결국 어떠한 일도 자기결정권,주도권이 없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는 특유의 상하관계, 관습적, 형식적 절차가 뿌리 박혀있는 여러 문화들이 쓸데없이 존재한다. 그러한 조직의 분위기가 일에 대한 애정을 떠나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에는 집 가까운데서 일을 했다. 이전엔 출장업무도 잦고, 지방에도 내려가고 지하철로 2시간씩 여기저기 다니는 일을 했었다. 정말 진이 빠졌다. 아침 지옥철도 경험하고 새벽 5시에 기상하는 일과는 죽고 싶다는 찰나의 감정마저 들게 했다. 그러다가 가까운 곳에서 일을 했는데, 처음엔 정말 좋았다.

그리고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가까운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 너무도 좋은 조건 아닌가? 그런데 몇주가 지나도 내일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건 도대체 뭘까? 의문스러웠다.

일을 그만두고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그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존재하지 않았다. 적당히 시간만 때우다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내 자율을 보장받지 못하고 과정을 스스로 만드는 그런 구조가 아니었다. 집에서의 통근시간을 줄이기 위해 내 일의 한계를 근거리로 닫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 생각했다. 출퇴근은 1시간이, 3시간이 될지언정 직장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7~8시간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다. 어떤 이에겐 연봉이 높은 직장이 더 필요조건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지옥철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인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돈보다 일하는 순간과 보람이 중요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어떤 이에겐 지금 당장의 생계해결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좋은 일의 조건? 나도 잘 모르겠다.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무책임하게도 없다.

 하정훈

 그냥 아재는 거부합니다.

 낭만을 떠올리는 아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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