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 칼럼]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픽사베이

“규진아, 아빠 발 좀 주물러 주라”

학창시절, 아버지는 잠자리에 들기 전 종종 발 마사지를 주문했다. 두터운 굳은살을 뚫고 시원함을 전하기 위해서는 힘을 다해 주물러야 했다. 때때로 요상한 향기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일순간 숨을 참고 마사지사의 임무를 다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도대체 아버지는 왜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서야 당뇨병의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아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발바닥이 저려오는 나. 집에서 아픈 티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일순간 거동의 불편함마저 경험해야 했기에 아들은 눈치 채고 말았다.

“아파요?”

서툰 말로 나를 걱정하는 아들을 보며, 벌써 아파서는 안된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질타하듯 되뇌이는 동안 아들은 이미 발바닥을 주무르고 있었다. 고사리 같은 손을 쉼 없이 움직이며 마사지사의 역할을 자처한 아들. 누구처럼 주문을 해야 움직였던 자본주의 마사지사와는 격이 달랐다.

“이야! 하늘이가 주물러주니까 금세 나았네!”

통증은 여전했지만 아들의 따뜻한 마음이 나를 낫게 했다. 4살 아들을 걱정 시키는 일 따위는 다시는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밤10시. 고사리 손을 움켜쥐고 나의 발바닥을 원망하며 스르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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