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여론조사서 바이든 후보에 줄곧 뒤져

[논객칼럼=유세진]

11월 3일 미국 대선까지 이제 9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줄곧 뒤지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대선 때까지 이어진다면 바이든이 승리해 재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 확실하다고 미 여론조사 결과들은 내다보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170명의 선거인단만을 확보한 것으로 여론조사들은 보고 있다.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일 것이 예상되는 격전 주들에서도 바이든에 대한 지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선거 진영은 물론 재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악재가 너무나 많아 역전이 가능할 것같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미 존스 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7일 오전 5시35분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의 감염 및 사망자 수는 1891만 2947명과 71만 564명인데 이중 486만 4151명과 15만 9841명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픽사베이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을 둘러싸고 미국민들은 이제 트럼프의 지지층에서조차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끝없이 계속되는 중국과의 대립이 부른 세계경제 둔화 속에 코로나19로 인한 폐쇄 조치 등으로 경제 활동 상당수가 중단됨에 따라 수천만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로 힘겹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지난 5월 말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데 따른 항의 시위가 미 전국에서 2달 넘게 계속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시간이 촉박하다. 올해 선거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불안 때문에 미 유권자의 상당수가 우편투표나 조기투표에 나설 것으로 보여 실제 투표는 11월 3일 대선보다 훨씬 전에 시작될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측 선거 진영에서는 가을이 되면 코로나19 상황도 가라앉고 미국 경제도 호전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9월 29일 첫 대선후보 토론회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회복되는 것에 또다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플로리다, 미네소타 등 4개 격전 주들은 9월 말이면 우편투표 용지를 발송하거나 조기투표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통령으로서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30일 트위터를 통해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대선 연기를 제안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은 물론 대선을 연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미 헌법에 따르면 오직 의회만이 그런 권한을 갖는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에서도 대선 연기에 거센 반발이 일자 즉각 이를 취소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실시가 선거 부정을 초래하고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을 계속한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민들 사이에 선거 부정에 대한 공포를 심고 이를 내세워 선거 결과를 거부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대선을 불법인 것처럼 만들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 진짜 위험한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편투표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미 연방우체국(USPS)은 지난달 재정 위기 해결을 내세워 비용 절감에 나섰는데 그 이후 미국의 고질적인 우편 배송 지연은 더욱 악화됐다. 올해 예비선거를 통해 선거가 박빙일 경우 투표 결과를 한동안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미국 대선에서도 선거만 치렀을 뿐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지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우편투표의 경우 공화당 지지자들보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참여가 훨씬 더 높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대선 당일날 현장에서 투표하는 경향이 크다. 반면 개표는 투표소에서 직접 행사한 투표가 먼저 이뤄지고 우편투표의 경우 뒤늦게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반 개표 결과를 토대로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이후 우편투표에서 결과가 뒤집히더라도 우편투표 사기로 승리를 도둑질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는 약속을 거부하고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이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말로만 거창한 위협을 했을 뿐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전력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전체 득표 수에서는 뒤졌으면서도 확보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백악관 입성에 성공,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승리할 것이라던 여론조사 결과를 비웃었었다. 11월3일 대선까지는 아직 80여일이 남았다.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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