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62>

[논객칼럼=김대복]

입냄새는 나라와 민족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는 섭생과 환경 등의 생활 요소 차이에서 온다. 유전적 차이는 아니다. 영양 상태가 좋고, 위생 환경이 빼어난 곳에 사는 사람은 구취 가능성이 낮다. 반면 위생 환경이 열악하고 영양 상태가 떨어지면 입냄새 위험도가 높아진다.

구취는 사회의 의료 환경과 개인의 위생 관리가 주요 변수다. 의료 선진국은 입냄새 연관 질환 예방과 관리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약한 국가는 의료시설 지원이 쉽지 않다. 주민도 높은 수준의 의료혜택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은 의료 선진국 대열에 있다. 개인위생도 철저한 편이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인의 구취 비율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진 나라의 구취 유병률은 대략 20% 이상이다. 유병률은 특정 시점에 특정 지역 인구에 대한 환자의 수의 비율이다.

픽사베이

각종 자료마다 차이는 있지만 유병률이 한국과 일본은 20%선, 중국과 미국, 브라질은 25% 정도다. 미국치과협회 자료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25%가 만성 구취감을 느낀다. Nadanovsky P 등도 2007년에 브라질 사람 31%는 가족 중 한 명 이상이 구취가 있고, 이 중 24%는 가족과의 대화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구취 민감도는 한국과 일본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구 사회에 비해 공동체 의식 전통이 강하다. 체면 문화가 발달했다. 이로 인해 입냄새가 날 때 타인을 의식하는 경향이 짙다. 이는 실제 입냄새가 나지 않지만 본인만 질환으로 생각하는 가성 구취인이 많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06년 부산정보대 최정미는 20세 전후인 이 대학 2학년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구조화된 자기기입식 설문지를 통해 구취의 자각정도와 휘발성황화합물을 구분하는 구취측정법으로 조사했다. 성실하게 응한 학생 121명을 분석한 결과 스스로 구취가 나는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89.6%에 이르렀다. 구취가 전혀 없다고 답한 학생은 7.8%였다. 실제 측정치는 구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즈키 등은 2009년에 구취로 고통받는 일본 사람들의 심리연구를 했다. 그 결과 가성구취증이 42.9%로 진성 구취증(20%)보다 높았다. 또 진성 구취인은 신경질적 반응 빈도가, 생리구취인은 우울증 경향이 높았다.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진성 구취자는 물론 가성 구취자까지 입냄새에 극히 민감함을 의미한다. 진성구취는 실제로 많은 입냄새가 나 주위에 불편함을 주는 경우다. 가성구취는 타인이 냄새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자신은 고민하는 경우다.

필자가 상담한 '구취 고민인들'도 2명 중 1명꼴로는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였다. 적극적인 입냄새 치료에 관심 있는 경우도 상당수는 가성구취인 셈이다. 진성구취는 치료해야 하지만 가성구취는 실체가 없기에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가성구취도 치료가 필요하다. 가성구취 상태가 지속되면 구취 공포증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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