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논객칼럼=황인선]

문화 재생과 사회혁신, 어울리는 조합일까?

얼마 전 문체부가 추진하는 세미나에 참석해서 서울혁신파크의 사례를 발표했다. 그날 세미나는 공장, 소방서, 매립지 등 지방도시의 유휴시설을 문화로 재생하는 정부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 자리였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지역문화진흥원과 용역 연구단체, 그리고 현재까지 선정된 5개 도시의 담당 공무원들 해서 20여명이 참가한 자리였다. 사전에 주제가 문화재생이라 서울혁신파크 사례가 적절한가에 대해서 일부는 우려감을 표했다고 들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문체부 담당관이 매우 인상적인 사례발표였다고 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다행이다. 들을 줄 아는 공무원이 있어서.

사실 현재의 서울혁신파크도 과거 질병관리본부가 떠난 3만 평 유휴 부지를 재생시킨 공간이다. 단 재생 측면에서 형태는 같으나 파크는 사회혁신으로 재생, 문체부는 문화콘텐츠로 재생하려는 것이다. 혁신파크 재생 과정은 지난했었다. 노후 시설의 리모델링에서 오는 하자보수, 냉난방시설 문제, 노후 화장실 등의 하드웨어 공사부터 입주단체들의 엄청난 노이즈와 운영 주체들의 미숙함까지 바람 잘 날 없었다. 나는 그 날 세미나에서 기본적으로 그런 문제는 불가피한데 더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고 잔소리를 했다.

공연을 보며 신이 나 춤추는 어린이와 배우와 하나되어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 @황인선

파타고니아가 맥주를 파는 이유

하나는 콘텐츠 문제다. 지금 전국 250여 지자체에 들어선 문화회관, 체육관, 박물관 등은 가동률이 25%에 불과하다. 문화콘텐츠 대신 토목 공사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예산, 사람,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는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고 거기에 또 유휴시설 문화재생 프로젝트를 하려는 것이니 콘텐츠, 운영, 융합 등의 과제가 더 쌓이는 셈이다.

이를 어떻게 풀 것인가? 여기에 하나의 중요한 과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바로 지속가능성이란 지구적, 한국적 과제다. 문화는 물론 훌륭한 것이지만 그것이 과연 지구와 한국사회가 당면한 지속가능성 문제와 연결되는 것인가? 이상기후, 탄소저감 문제, 플라스틱 사용, 쓰레기 제로, 동물권, 대안 에너지 문제 같은 전환(Transition) 문명 이슈는 문화재생과 유리된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사회문제를 도외시한 채 문화(인)를 위한 문화가 될 위험이 있다. 지구의 100년 뒤를 생각해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의류회사 파타고니아가 문화후원을 선택하지 않고 돼지고기, 맥주 판매 같은 식 사업에 뛰어든 놀라운 이유를 문화판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발표 중간에 이런 나의 우려를 제시하면서 문화재생과 사회혁신이라는 콘텐츠가 결합해야 ‘미-용-실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얹었다. 보기에 아름답고(美), 쓸모 있으며(用), 실질적으로 지구를 전환시키는(實) 그런 효과 말이다. 요즘 주목받는 퍼머컬처(Permanent+ Agriculture. 지표면적과 밀식도, 식물 간 상생효과가 높다.)나 플라스틱/쓰레기 업사이클링 감수성 같은 것은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구 지속가능성에 큰 도움이 된다. 사회혁신과 문화재생은 이렇게 미용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코로나로 신음하는 축제들에 참 마음이 아픈데 이것이 좀 나아지면 향후엔 미용실 효과를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현재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춘천마임축제가 하는 ‘축제 백씬(100+Scene: 100군데를 찾아다니면서 축제)’프로젝트도 버전 2.0축제, 생태와 재생의 축제로 거듭나는 시작일 것이다. 그게 문화재생의 전환 미래다. 문체부가 지구를 생각하는 더 큰 부처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처음 질문) 문화재생과 사회혁신이 잘 어울릴까?

결론) 어벤저스들처럼 잘 어울린다.

 황인선

현 서울혁신센터장. 경희 사이버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KT&G 미래팀장, 제일기획 AE 등 역임. 컨셉추얼리스트로서 마케팅, 스토리텔링, 도시 브랜딩 수행. 저서 <꿈꾸는 독종>, <동심경영>,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컬처 파워>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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