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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수님의 학력·경력란[이백자 칼럼]
석혜탁 | 승인 2020.08.15 14:49

Ⓒ제주대학교 홈페이지

[논객닷컴=석혜탁] 인터넷을 하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사이트에 접속하곤 한다. 이런저런 키워드를 포털에 검색하고, 눈에 유독 들어오는 링크를 클릭한다.

그날도 그랬다. 중국 지역학에 관심이 많다 보니 관련 검색어를 부지런히 자판 위에 두들겼고, 어느새 필자와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한 국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됐다.

그러다 동서양 비교사상, 중국정치사상 등을 세부전공으로 삼고 있는 고성빈 교수의 프로필을 접했다. 중국, 대만, 티베트 등 중화권 이슈에 대해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이제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려던 찰나에 고 교수의 학력란, 주요 경력란이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흔히 보던 양식과 너무도 달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잘못 읽은 줄 알았다.

그의 학력란에는 ‘학벌보다 무슨 업적을 이루었나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이라고 적혀 있었고, 주요 경력란에는 ‘경력은 완성된 실체가 없는 생성중인’이라는 심오한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학력란에 졸업 학교를 밝히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종종 봐왔다. 하지만 이렇게 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에서 교수가 학력과 경력을 표기하는 칸에 자신만의 철학을 적시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그 어떤 학자보다 더 뛰어난 학력, 경력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학벌보다 무슨 업적을 이루었나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완성된 실체’로서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는 각박함 때문일까.

물론 학력과 경력을 상세히 적은 대다수의 여타 교수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학자로서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한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 굳이 가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연히 본 어떤 교수님의 학력·경력란의 잔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따름이다.

이런 류의 프로필 기재가 앞으로는 더 이상 희소한 사례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라며.  

석혜탁  sbizconom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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