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정주영·신격호 전례 연상… 롯데 변화 주목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지난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용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가 들썩였습니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각규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해온 롯데그룹 이인자(세컨맨)니까요. 신동빈 회장과 맺은 인연도 오래됐습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만난 두 사람은 무려 30년 동안 같이 일해왔습니다. 경영권 분쟁, 경영 비리 재판 등 여러 고난도 함께 이겨냈죠.
황각규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대행한 적도 있습니다. 2018년 케이스포츠 뇌물 공여 재판 때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자 황각규 부회장은 즉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총수 공백 사태 수습을 주도했습니다. 경영권을 노리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격도 막아냈고요.
그런 황각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수행한다지만 이전과 비교할 순 없습니다.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만큼 롯데에 미치는 영향력도 사라졌으니까요. 재계 한 관계자는 “황각규 부회장이 모양새 좋게 떠날 수 있도록 신동빈 회장이 길을 깔아준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배려는 있었지만 엄연한 퇴진이란 얘기죠.
신동빈 회장은 왜 30년 동지이자 최측근을 용퇴시켰을까요. 이런저런 이유와 분석이 나옵니다만 실적 부진이 원인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백화점, 마트, 편의점, 홈쇼핑, 하이마트 등을 아우르는 롯데쇼핑은 올 2분기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적자를 겨우 면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98.5% 줄어든 수치죠.
실적 부진이 황각규 부회장 잘못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영향이 컸죠.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코로나19 탓만 하기엔 상황이 엄중하며 인적 쇄신을 통해 새 판을 짜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 총수는 때로 일반인이 생각할 수 없는 비정한 결심을 합니다. 후계자였던 아들을 내치고, 평생 동행하기로 약속한 창업 동지를 쫓아내고, 오랫동안 가까이 둔 측근을 내보냅니다. 총수 개인 욕심 때문은 아닙니다. 조직을 지키기 위한 용단이죠. 신동빈 회장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등이 그랬던 것처럼 ‘총수의 결단’을 내린 겁니다. 그 결단이 롯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