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현의 웃는한국]-‘민주’로 가자 (3)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서용현]

우린 정당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정당이 ‘민주’를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인가? 정치안정인가? 걸핏하면 국회가 공전하여 민생(民生)법안이 정치싸움의 볼모로 잡히는 것이 정치안정인가? 국회의사당에서 멱살 잡고 싸우는 ’동물정치‘가 안정인가? 정당이 대의(代議)를 한다고? 자신의 의사가 정당에 의해 대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는가?

솔직히 말하자. 우리 정당은 ‘정권 탈취를 위한 조폭형 파당(派黨)’과 유사하지 않은가? 오늘의 정당은 조선의 4색 당파(四色黨派)와 무엇이 다른가? 정당은 당쟁(黨爭)을 공인(公認)한 것 아닌가? 좌우익 갈등을 악화시키는 주범도 정당 아닌가? 정당은 지역주의의 온상 아닌가? 정당독재를 약화시키지 않고 지역주의를 없앨 수 있겠는가?

정당의 조폭화는 정당제도에 내재되어 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것은 허구(虛構)다. 공천을 통해 당이 뽑는다. 이렇게 뽑힌 국회의원은 누굴 대의(代議)하는가? 당명(黨命)과 지역구민 이해가 엇갈리면 어느 쪽 편을 들겠는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이들은 국민 보다는 당에 충성한다. 당명에 따라 100% 투표율을 보이는 거수기계들이다. 항명을 하면 차기 선거의 공천을 못 받아 결국 낙방한다. 이런 구도에서 국민은 무엇인가? 바지저고리 아닌가? 진정한 ‘민주’가 되려면 국민이 정당이라는 방해물 없이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국회의사당 @오피니언타임스

정당은 의견조정에 기여하는가? 오히려 의견조정을 가로막는 것은 바로 정당 아닌가? '저격수', '돌격조'를 동원하여 장내, 장외 투쟁의 쇼를 하다가 결국 ‘숫자 대결’로 끝나는 것이 정당정치 아닌가? 건설적인 토론이 있는가? 양심과 소신에 따라 의견을 개진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가? 이런 조폭형 쇼를 보려고 납세자들은 국회의원의 고액 연금에 막대한 정당 지원금까지 지불하는 것인가?

우린 “양당 정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라는 교과서의 한물간 얘기에 세뇌되어 왔다. 이 세뇌에서 벗어나자. 민주주의의 근간은 정당이 아니다. ‘민주(民主)’다. 그런데 정당은 국민에게서 나라의 주인 자리를 빼앗았다. 국민이 주인노릇 해 보았는가? 아니다. 정당이 주인이다. 국민은 양대 정당 중에서 선택하는 권리밖에 없다.

우린 왜 정당제를 하는가? 그 답은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 거의 모든 나라가 정당제를 하니까 우리도 한다” 아닐까? 결국 타성이다. 최면이다. 군주제의 시대에 군주제가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졌듯, 정당제도 ‘타성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군주제는 무너졌다. 다음에 무너질 왕조는 정당이다. 정당제는 한물간 패러다임이다. 우리가 이 썩은 패러다임에서 먼저 해방되면 우린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군주제에서 먼저 탈출하여 민주제를 수용한 미국과 영국이 세계 챔피언이 되지 않았던가? 양대 정당은 아이디어와 사상의 획일화를 가져온다. 다양성의 시대에 ‘양’당제가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은 OX문제다. 우리는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대통령, 이승만대통령 등 정당제에 대한 비판자들의 지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조선의 왕(王)은 주로 혈통에 의해 뽑았다. 그래서 무능한 왕이 많았다. 정당공천에 의한 대통령선거도 왕의 선출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좁은 범위의 내부인사들’ 중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기 때문이다. 결국 닳고 닳은 정치프로(정당 출신 정치꾼) 중에서 후보를 낸다. 그럼으로써 국민의 선택 범위를 좁힌다. 신선한 신인이 떠오르지 못한다. 정당의 ‘정치꾼’이 대통령이 된다. ‘꾼’이 아닌 순수한 인물은 정당정치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런 대통령 선출방식을 초래한 주범은 누구인가? 양당제다.

국민투표로 정당공천권을 없애자

정당을 없애자. 이 중차대한 문제는 ‘민주(民主)’가 결정할 문제다. 우선 관련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하자. 범국민적인 ‘나가수’ 토론을 통해 국민들을 최면에서 깨우자. 국민투표의 대상은 정당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정당공천권만 없애서 독니만 빼자는 것이다. 즉, 대통령, 국회의원 및 자치단체 장(長)의 선거에서 정당의 공천을 없애고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케 하자는 것이다. 정당에 대한 투표를 지양하고 인물에 대해 투표를 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신선하고 역량 있는 인물들을 뽑자. 이런 인물들이 모인 국회는 대결보다 정책토론에 치중하고,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견제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공천에 따른 뇌물수수 등 비리의 소지도 없앨 것이다. 대신 출마 남발을 막기 위해 선거공탁을 강화시킨다.

정치 기득권은 공천제 폐지에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국민의 힘(미래통합당)/더불어민주당 해산에 관한 국민청원은 “정당 없어도 된다”는 국민의 인식변화를 의미한다. 정당을 더 이상 당연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는 바뀌려고 있는 것이다.

정당 없는 국회는 어떻게 운영되나?

국회는 종래의 경직성과 대결주의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의견을 수렴한다. 특히 아래 두 가지 장치가 정당의 기능을 보완한다.
1) 종전의 정당들은 공천권 없는 원내교섭단체로 존재한다. 의원들이 정책노선별로 모이는 상설적 교섭단체다. 다만 공천권이 없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으며, 소속당의 방침에 불만이 있는 의원은 언제라도 탈퇴할 수 있다.
2) 잇슈별로 모이는 수시적 교섭단체를 둔다. 이는 어떤 잇슈나 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의원들 간의 비상설적 모임이다. 이들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3) 대통령 후보 옹립을 위한 비공식 모임도 결성할 수 있다. 상기 정당 교섭단체들도 대통령 후보를 옹립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의 위상이 하락되어 정당 외적 인물이 지도자감으로 부상되어 그를 지지하는 모임들이 만들어 지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의원들의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다. 의원 활동의 투명성을 높여서 국민들이 의원들을 평가/판정하게 하는 것이다. 국회 토론은 모두 생중계되고 의원별 투표내역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전파된다. 헛소리나 막말을 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도태될 것이다. 이제 국회의원들은 정당이 아니라 지역구민 또는 전 국민의 이익을 대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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