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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칼럼=이영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2018년 8월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하는 일인 시위를 시작으로 학생들의 동맹휴학을 주도하면서 일약 환경운동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17세의 앳된 스웨덴 소녀다.

툰베리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운동을 통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며, <세계경제포럼>과 UN에 초빙되어 강연을 하고 토론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불과 2년 밖에 안 되는 기간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 툰베리가 미친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놀랍다. 필자가 특히 놀란 것은 8살부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 순순한 마음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정곡을 찌르는 말과 함께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툰베리는 2019년 UN에서 행한 연설에서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을 향해 직설적으로 “어떻게 감히(How dare you…)”라는 표현을 써서 미디어에서 널리 인용되곤 했다. 여기에는 기성세대가 어떻게 다음 세대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지도 모르는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있냐고 질타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툰베리의 행적을 살펴보다가 문득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이 떠올랐다. 벌거숭이 임금이 행진할 때, 군중 가운데 누구 한 사람 감히 임금이 벌거벗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지적하지 않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외치자 비로소 모두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해관계와 체면에 구속되지 않은 순순한 마음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툰베리가 한 행동이 바로 이것이다. 툰베리는 1인시위 이후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통해 어른들에게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즉각적이고도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등 환경운동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툰베리가 이와 같이 적극적인 환경운동가로 나서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인들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세대에 환경적 재앙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은 기후변화에 대해 말만 무성할 뿐 실질적으로 기후변화를 저지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어린 소녀의 연설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절한 표현을 구사하면서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조목조목 기후변화가 초래할 존재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다른 연설에서는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Our home is on fire)”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현재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는 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 소녀의 객기로 치부하기에는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우리 모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툰베리는 이 동영상에서 자신이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에 경악해 11살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걸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필요한 경우에만 겨우 말을 하는 어린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 무렵 무려 10kg이나 체중이 줄었으니 얼마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짐작이 간다.

이 동영상에서 툰베리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에 맞춰 느슨하게 대응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를 저지할 수 있는 해법(solution)은 찾았으나 이를 행동(action)에 옮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IPP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 권하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로 막을'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이는 곧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환경운동가들과는 달리 툰베리는 이런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전 세계 젊은이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향후 자신들을 멸망으로 내몰 수도 있는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메시지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는 의식변화(consciousness change)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맑은 공기, 오염되지 않은 식수, 그리고 청정한 바다는 공유자원(common resources)이다. 공유자원에는 항상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문제가 수반된다. 사적 소유권이 없는 자원의 경우 각자는 오직 개인적인 관점에서 자원을 사용하게 되며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 그 이유는 공유자원의 경우 무임승차 문제(free riding problem)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누구도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동을 한 결과인 셈이다.

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및 공해물질의 양에 비례해 공해처리비용을 부담하거나 공해세를 지불하도록 했다면 이런 무임승차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부과되는 탄소세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것만으로는 기후변화를 저지하기에 역부족이다. 툰베리가 주장하듯이 지금 당장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석유와 석탄)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더 급진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17세의 어린 소녀가 우리에게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어떤 전문가의 주장보다 툰베리의 호소가 더욱 설득력이 있는 것은 우리가 미래세대를 말로만 걱정해왔다는 점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 지구촌 전체를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촉발한 주된 원인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비롯한 생태계 파괴에 있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우리 모두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툰베리의 말처럼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해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공유광장(www.iksa.kr) 운영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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