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신재훈]

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30년 이상 거의 매일 듣고 있다. 다른 DJ들과는 달리 음악과 관련 없는 불필요한 얘기를 거의 안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30년 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음악부터 DJ 멘트, 작가들의 원고, 유명 출연가수, 음악 평론가 임진모와의 티격태격 만담 그리고 배순탁 작가와의 덤앤더머식 너스레까지 버릴 것 하나 없다. 광고로 밥 먹고 살았던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광고다.

처음에는 듣기 좋다가 자꾸 반복해서 들으면 짜증나는 광고들도 있다. 반대로 처음 들을 때는 귀에 거슬리지만 나중에는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광고들도 있다.

그런 광고 중 하나가 모 제약회사의 광고다.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응애응애(갓난아기 울음소리)

할머니: 어쩌면 지금 태어난 우리 손자는 150살까지 살 수도 있다네요.

어이구! 150살이라니 내 나이의 두 배나 살아야 한다는 데 잘 살 수 있을까요?

나레이션: 오래 사는 일이 걱정이 아닌 기대가 되도록…]

이 광고는 오래 사는 것이 걱정인지 기대인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축복인지 저주인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묻고 있다.

@오피니언타임스

100세, 150세는 신화나 영화에서나 봐왔던,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평균수명이 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애주기가 변한다는 말이고, 이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모든 환경과 제도가 바뀐 생의 주기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하여 가장 심각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생존기간 중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것이다. 이는 은퇴 시기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또한 전반적인 삶의 질을 좌우한다.

최근 60세에서 80세로 늘어난 평균 수명으로 인해 야기된 은퇴자들의 문제도 알고 보면 늘어난 수명만큼 경제활동 기간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평균수명 60세 시대에는 은퇴 시기와 사망시기가 별 차이 안 나기 때문에 특별한 은퇴 준비가 필요 없었다. 평균수명 80세 시대가 되면 늘어난 수명에 비례하여 20년 이상 경제활동 기간도 늘어야 만 이론상으로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니 과거 보다 더 열악해졌다. 과거에는 그나마 평생직장의 개념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월급쟁이들이 체감하는 은퇴 시점은 점점 더 빨라진다.  만약 경제활동 기간이 늘지 않고 수명만 는다면 어쩔 수 없이 은퇴생활 기간만 늘어나게 된다. 그런 면에서 100세 시대가 된다는 것은 은퇴생활이 30년에서 50년으로 늘어 나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기간의 반 이상을 경제활동 없이 은퇴생활을 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음은 경제문제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건강에 대한 얘기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60세에서 80세로, 80세에서 100세로 평균 수명이 연장된다고 해서 연장된 기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의학이 발달하고 영양상태가 좋아진 만큼 조금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화로 인해 체력이 약해지거나 병이 들어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단지 목숨만 연명하고 사는 기간이 늘어난 수명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래 사는 것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건강한 정신과 신체, 그리고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경제력이다.

오래 사는 것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 없이 그리고 삶의 질을 위한 필수 요소인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오래 사는 것 자체만을 목표로 한다면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욕심과 집착,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150년을 살아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사는 것의 참 맛도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에 집중하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을 살았는가?”라는 결과 보다는 “사는 동안 얼마나 행복하게, 혹은 의미 있게 살았는가?” 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산다면 60년을 살아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00세 시대를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100세 시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하고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100세 시대를 맞이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만약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지금 당장 준비를 시작하자. 그것이 100살까지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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