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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 하는 사회적 갈등, 해소방법[김철웅의 촌철살인]-의사파업과 갈등관리기본법제정 발의
김철웅 | 승인 2020.09.03 09:10

[논객칼럼=김철웅]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진행 중인 의사 파업 같이 파장이 엄청난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미리 ‘갈등영향분석’했더라면 어땠을까. 갈등영향분석이란 말이 생소할 것이다. 비교적 덜 생소한 환경영향평가를 떠올리면 된다. 환경영향평가는 어떤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해로운 환경영향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환경영향평가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갈등영향분석도 마찬가지다. 어떤 공공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그것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갈등영향분석 뒤 작성될 분석서에는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 청취, 주요쟁점 정리, 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 계획까지 담기게 된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게 있다. 이번 의사들이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갈등영향분석 같은 것이 있었을까. 없었다. 어째서일까. 답은 간단하다. 근거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브(KMA TV) 동영상 캡쳐

 15년전 갈등기본법제정 첫 논의 

 소위 ‘갈등관리기본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15년 전인 2005년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5월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기본법률안을 시작으로 지난 17~20대 국회에서 비슷한 성격의 법안이 발의된 것만 해도 모두 11건이다. 하지만 번번이 입법에는 실패했다. 15년간이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폐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사회갈등 해결 관련 근거가 되는 규정은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유일한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령으로 각종 사회갈등을 관리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실효성 있게 대응하는데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개발 시대에 제정된 많은 행정 편의적, 행정 우월적 법들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이 아닌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야 갈등이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을 때 선제적이면서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갈등학회장)은 이런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게 벌써 5년 전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 공무원의 역량이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갈등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고, 우선적으로 필요한 게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이다.” 그는 “공공갈등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본 틀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갈등지수 OECD 국가 중 2~4위 차지

  다양한 갈등이 사실상 방치돼 있는 사이에 한국의 사회갈등 지수는 최근 10여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2~4위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사회갈등이 최상위권이란 뜻이다. 갈등관리 능력은 의당 이와 반대다. 최하위 등급인 32위로 나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사회갈등비용 연간 80조원 넘어

 우리나라가 사회갈등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연간 평균 80조원이 넘으며,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 해 246조원 손실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2020년 국가예산이 512조원인 걸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다행인 것은 지금 국회에서 다시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은 지난달 8월 21일 코로나 위기로 나타난 미래 갈등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공공정책을 수립·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갈등관리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1조에서 그 목적이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 능력을 향상함으로써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 글의 첫머리에 썼듯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장이 갈등영향분석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가 정책과 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모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공론위원회도 둘 수 있게 했다.

우리도 갈등관리기본법 가질 때다

  이 법안을 살펴보면 강행(처벌)규정이 없고 대신 권고 조항, 또는 선언적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 법의 효율성에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일부에서는 입법 신중론도 제기해왔다. 온갖 사회적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종의 입법만능주의 경계론이다. 가령 갈등의 주요 원인 제공자가 정부인데 갈등을 관리 대상으로 상정하고 해결하겠다는 게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 이미 갈등을 관리하는 다양한 법규와 제도·대책들이 존재하는 것을 볼 때 꼭 그런 논리만 고집할 것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고립과 단절이 심화하는 게 현실이며, 새로운 갈등 이슈들도 나타나고 있다. 언택트 기술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우리도 갈등관리기본법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김철웅

    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국제부장, 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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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kcu5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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