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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 깨야 하는 환상 3가지[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신명관 | 승인 2020.09.08 08:33

[논객닷컴= 신명관] 얼마전 ‘남의집 프로젝트’라는 O2O(Oneline To Offline) 사이트를 발견해서, 이용해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내 집의 호스트가 되어서 게스트를 초대한 다음 일정량의 금액을 받는 시스템이다. 나는 초대한 손님들과 특정한 테마를 잡고 이야기를 하거나,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거나,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교육을 하면 된다. 이미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을 보여주고, 상대를 초대하고, 다같이 즐기는 중이었다. 수수료로 20%만 가져가는 이 플랫폼 시스템( 남의집 프로젝트)이 마음에 들어서 나도 차근차근히 준비를 했다.

본인은 집에서 하고픈 요리를 해주고 싶다보니 수다를 떨면서 홈메이드 양식 코스를 접대하는 컨셉으로 잡았고, 기획서를 차근차근히 쓰고 있었고, 그 다음날, 전광훈 목사가 광화문에서 시위를 했다. 아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덕분에 일도 갑자기 1주일을 쉬게 되었고, 눈코뜰새없이 바빴던 내게 다시 칼럼을 쓸 수 있는 여유시간이 주어졌다.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매장의 사장님은 부랴부랴 배달준비를 시작했고, 나의 O2O 서비스는 물 건너갈 듯하다. 요식업이라는 건, 생각보다 우리의 생각을 벗어나는 일이 해변가 폭죽마냥 펑펑 터지는 곳이다. 1년 동안 배우면서 뼈저리게 깨야만 했던 세 가지의 환상을 말해보겠다.

1. ‘두가지’ 안되면 요리로 돈 벌 생각은 버리자
 내가 O2O 서비스를 준비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빠르지 못해서였다. 손 자체가 느리다보니 육수와 소스는 전날부터 만들고, 당일에는 재료를 가져와 다듬고, 마리네이드 해놓는 식이었다. 당일에 준비하는 시간만 2시간이 조금 넘었는데, 장담컨대 내 사장님이라면 40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낼 것이다. 매장에서 손질하거나 정리해야 하는 식자재들을 차근차근 알려주더니, “20분이면 할 수 있지?”라고 묻는 사장님 덕분에 머릿속에서 생각해뒀던 1시간이란 예상시간을 지워야 했던 적이 잦았다. 덕분에 지금은 겁나게 빨라지고 있지만.

 시간 절약이 된다는 건 그 시간만큼 쉬거나 손님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오픈 준비 중인 음식점을 기다려주는 손님은 없다. 느리면 애초에 손님을 못 받고, 받아도 ‘아니 한참 전에 시켰는데 언제 나와요?’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칼질을 못한다면 쓴 조리기구를 제자리에 두거나, 재료 보관하는 위치 정도는 바꾸지 말아라. 이건 ‘신속’을 위한 ‘정확’이다. ‘손님 받고 음식 하고 계산하고 보내고’를 평화롭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턴데요. 주방을 개판으로 쓰는 음식점은 느리거나 더럽거나 둘 중 하나다. 혹여 둘 다 자신이 없다면, 적게 자고 성실하게 일하는 걸 추천한다. 메뉴 하나 나오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음식점이 한국에도 존재하긴 한다. 다만, 컨셉이 아주 확실하고, 거기서밖에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자. 정확하지 못한다면 간단하다. 둘 중 하나가 망한다. 음식이 망하거나, 당신 몸이 아작나거나.

 2. 손님이 없는 것은 두 가지- ‘때와 장소문제’, ‘음식 맛이 없거나’

 일단 첫 번째로, 누구도 예기치 못한 사태가 터져서 손님이 끊길 수도 있다. 코로나라거나 코로나라거나 코로나라거나...(한숨)

이 목차를 빌어, 전국에 있는 모든 일식집 관련 자영업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적지 않은 매장이 작년 불매운동 때부터 시작된 매출 타격이 코로나까지 겹쳐 1년 이상을 쩔쩔 매고 있을 테니까. 보조라고 한들 나 또한 이자카야 직원이다. 문 닫은 돈까스집, 덮밥집, 스시집들을 근 1년 동안 많이도 봐왔다. 이번 격풍까지 버텨낸다면, 좋은 날이 오기를 바랄 따름이다.   다 지나간 대왕 카스테라를 지금 연다고 해서 예전만큼의 흥행을 거두진 못할 것이다. 샌드위치, 카스테라, 닭강정, 마라탕, 훠궈 등. 다 같은 음식점 같아 보여도 한 때를 휩쓰는 테마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테마를 공략해서 휘리릭 차렸다가 스르륵 사라지는 프랜차이즈들은 생각보다 많다.

 마라탕 위생 관련 파동이 나기 전 즈음, 서울대병원을 들를 일이 있어 혜화를 갔었다. 영화관이 있는 길목에 훠궈/마라탕 관련 음식점을 한 8개 즈음 보았다. 유행은 잘 따라온 것 같지만, 치킨게임이다.  

하지만 본인이 차린 음식점이 상권과 어색한 매장이 아니고, 주 타겟층 설정도 어느 정도 해놨고,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을 때도 손님이 오지 않았다면 그냥 맛이 없는 거다. 싸가지 없어도 미치게 맛있으면 컨셉이 되지만, 아무리 친절해도 맛이 없으면 찾아가지 않는다. 애초에 음식점이다. 대형 식자재 마트에서 판매하는 소스들만 가져다 써도 평균값이 나올 텐데 불구하고 맛이 없다면 하지 마라. 부탁이다. 나는 사람의 입맛이 그리 쉬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입맛을 높일 수 있다고 한들 그 전에 가게가 영업종료를 때리는 게 더 빠를 것이라 믿는 쪽이다. 꼭 이 부류에서 ‘음식장사가 괜찮은 것 같길래 (매장을) 열었다’는 사람들이 나온다. 차라리 프랜차이즈를 해라.

근데 입도 막입인데 프랜차이즈의 조리법까지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도 본 적 있다. 색깔만 빨갛지 설탕물에 가까웠던 떡볶이집과 분명 제일 비싼 프랜차이즈인데 눅눅한 치킨집, 불향조차 제대로 입히지 않고서 깨만 잔뜩 뿌려 내는 닭발집을 본 적 있다. 세상엔 많은 직업이 있다. 시민들 입맛에 민폐끼치지 말자.  

3. 당신은 진정한 셰프인가? ‘요섹남’, ‘요잘알’인가?  

한식대첩 외전에서 외국인 셰프들이 등장한 적이 있다. 국내 팔도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식재료를 이해하고 본인들이 요리를 만들어 경연하는 구성이었는데, 아직도 거기서 등장한 요리들을 잊을 수가 없다. 솔잎으로 훈연한 게살, 미역가루를 묻힌 메추리알과 옥수수크림, 콩소메 위로 수비드한 삼계탕, 오미자를 사용한 그라니타. 내가 알고 있는 식재료지만 내가 예상지 못한 조리법들이 총동원되어 나오던 그 요리들을 보고 나서 ‘저게 셰프라고 불리는 사람들이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다들 경력들을 보면 요리대회 우승, 미슐랭, 가장 유명한 요리학교 출신 등이었다.

 무턱대고 셰프가 아니라고 부정할 생각은 없으나, 본인이 ‘셰프’인지, ‘음식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는 건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외식산업 종사자 200만의 시대, 그중 1000분의 1이라도 내가 본 ‘셰프’들과 같은 수준을 가졌다면 한식은 이미 세계를 장악하다시피 했을 것이다. 이런데도 ‘셰프’라는 소리 듣기를 굳이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가 봐도 ‘요섹남’이나 ‘요잘알’은 뭔가 시간이 지날수록 구석기시대 느낌이 나는 워딩이지만, ‘셰프’는 지금도 쉬이 퇴색되지 않는 단어다.

430 만 유튜브 구독자 팬을 가진 백종원씨도 '세프' 칭호에 난색?

유튜브 구독자 430만을 가진 백종원마저도 자기를 셰프라 부르는 걸 조심스럽게 사양한다. 1000평이 넘는 코스 오리고기집에서 주방 총괄 매니저로 일했던 내 사장도 셰프라는 소리를 들을 생각이 없다. 본인들을 ‘경영자(장사꾼)’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거라 본다. 당장 ‘돈 벌래, 요리 할래?’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대답을 망설인다면 아직 아닐수 있다. (나 또한 ‘셰프’라고 직접 부른 사람이 두 명밖에 되질 않는다. 한 분은 미슐랭이었고, 한 분은 르꼬르동 블루 출신이었다.)  

솔직히 이 시국에 이 글을 올려야 하는 건지 심히 고민했다만. 나는 이 코로나라는 사태가 의외의 순기능을 하기를 바란다. 잔인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기회에 어중간한 맛으로 치킨게임에 뛰어든 음식점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맘 또한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음식점을 하는 이상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개인전’이다.  

악착같이 버티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내 주변에 아직도 요리는 별로 손 대본적 없고, 입맛은 생각보다 막입이고, 조리사와 요리사의 차이를 모른 채 자기 음식점을 차리려는 사람들이 꽤 있지 않았다면, 아마 올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의 타격이 어마무시할지라도 어디선가는 또 살아남는 음식점들이 있다. 배달전문 음식점일 수도 있고, ‘위험하더라도지 않은 손님을 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우리 모두.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집일지도 모른다. 모든 태풍이 지나가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을 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우리 모두.

 

 신명관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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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관  silb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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