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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과 일산을 하나로 잇는, 왕별꽃![김인철의 들꽃여행]
김인철 | 승인 2020.09.09 09:00

[논객닷컴=김인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던가요. 해마다 여름이면 백두산으로 ‘우리 꽃’을 찾아 나섰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각종 식물도감에 등장하는 어엿한 우리나라 야생화지만, 못 만난 지 어언 70년을 훌쩍 넘었으니 자칫 잊히지 십상이지요. 그러기에 갈 수 없는 북녘 땅을 대신해 백두산에라도 가서 남한에서는 자라지 않는 우리의 북방계 식물들을 만나 그 이름을 불러주고 머릿속에 기억해두자고 늘 다짐했습니다. 

고양시 일산에서 2020년 8월 만난 왕별꽃. 백두산 일대 습지에 피는 왕별꽃이 남한 일산에서 자란다는 사실은 남과 북이 하나의 자연생태계를 공유하는 공동체임을 새삼 일러줍니다.@김인철

그 백두산 가는 길이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막혔습니다.  5월 말에야 눈이 녹고 9월이면 새로 눈이 내리기에 6월에서 8월까지 단 3개월 동안 수백 종의 북방계 고산식물이 한꺼번에 피는 백두산. 그곳 야생화 탐방이 무산돼 낙담하던 차에 가뭄에 단비 같은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백두산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북방계 야생화가 서울에서 가까운 일산에 자생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크기도 크고 형태도 시원시원한 왕별꽃. 별꽃 · 쇠별꽃 · 실별꽃 등 다른 11종의 별꽃 속 식물을 제치고 왜 ‘왕(王)’ 자가 붙었는지를 말해준다. @김인철

단번에 전국의 야생화 동호인들이 몰려 일산이 시쳇말로 올여름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되었습니다.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보고인 백두산(白頭山)과 경기도 고양 일산(一山)을 하나로 이어준 야생화는 바로 왕별꽃입니다. 국가 공인 식물도감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 “분포 : 백두산 지역 등 북부의 산지에서 자란다.”라고 설명하고 있듯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로서, 이번에 확인된 일산 이외 남한 지역 어디에서도 발견되었다고 알려진 바 없습니다.

2018년 8월 백두산 일대 습지에서 만난 왕별꽃. 2020년 일산에서 만개한 왕별꽃과 똑 닮았다. 백두산에서 자라는 다른 고산 식물들이 6월에서 8월 사이 한꺼번에 꽃을 피우듯 왕별꽃도 같은 시기 내내 개화했다. @김인철

큰산별꽃이란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이름대로 별꽃 가운데 키는 물론 전초나 꽃도 가장 크고 시원시원합니다. 먼저 줄기는 밑 부분에서는 비스듬히 자라다가 위로 갈수록 곧추서 50㎝에서 어른 허리 높이인 80㎝까지 크는데,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별꽃이나 쇠별꽃에 비해 거구라 할 수 있습니다. 꽃은 7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흰색으로 핍니다. 먼저 꽃대 끝에 한 개가 피고 다시 그 주위의 가지 끝에 꽃이 피고, 다시 가지가 갈라져 그 끝에 꽃이 또 핍니다. 이른바 취산꽃차례인데 하나의 꽃줄기에 제법 여러 개의 꽃이 달립니다. 낱낱의 꽃 또한 형태나 크기가 유별납니다. 먼저 꽃잎은 모두 5장이데, 낱장은 다시 끝이 5~12개로 갈라져 마치 수십 개의 톱니바퀴가 둥글게 돌아가는 듯합니다. 꽃잎의 길이는 8~10㎜로 별꽃이나 쇠별꽃에 비해 2배 이상 깁니다. 수술은 10개이고, 암술머리는 별꽃과 마찬가지로 3갈래로 갈라집니다. 

마치 개망초가 무성하게 자라듯 군락을 이뤄 꽃을 피운 일산의 왕별꽃. 백두산 일대 자생지보다도 더 왕성한 생육 상태를 보여준다. @김인철

왕별꽃이 자라는 곳은 고양시 일산의 한류천 산책로 길섶. 당초 발원지가 있는 하천이 아니라,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한강 물이 들고 나는 물골이었다가 자유로가 생기고 일산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배수로가 됐고 수문을 통해 한강과 다시 만나게 된 하천변 단 한 곳에서만 자생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동호인들에 따르면 왕별꽃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부터이니, 이곳에서 오래전부터 자랐다기보다 최근 수년 사이 새로 뿌리를 내렸다고 보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여러 종류의 조류가 철 따라 찾아오는 한강 변이다 보니 북쪽에서 날아온 새들이 날개나 몸 등에 묻혀 왔거나, 먹이로 삼킨 씨를 이곳에서 배설해 싹이 난 게 아닐까 추정됩니다. 한강 하류이다 보니 임진강을 따라 북한에서 떠내려 온 씨앗이 한류천으로 역류해 들어왔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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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atomz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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