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재산싸움에 실적없는 혁신만 요란한 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동생들과 상속 재산 문제로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정태영 부회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기자] ‘혁신의 아이콘, 정태영 부회장’, ‘스타 경영자로 뜬 금융계 이단아’, ‘금융에 예술을 입히다’, ‘한국 금융의 스티브 잡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다룬 기사들입니다. 그만큼 정태영 부회장은 17년 동안 현대자동차그룹 금융 계열사를 이끌면서 파격적 디자인 도입, 조직 문화 유연성 제고 등 혁신 경영을 해왔습니다.

혁신 경영과 함께 정태영 부회장을 표현하는 단어는 윤리 경영입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협력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팀 하나를 통째로 날렸다고 했습니다. 고객정보 보안, 담합 금지, 협력업체 거래 투명성 등 3대 무관용 정책을 어겼다는 거죠. 아울러 그는 사내 감사팀, 외부 로펌, 협력사로 이뤄진 3중 감사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태영 회장의 혁신, 윤리 경영은 최근 빛이 바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정부 규제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실적이 나빠져서죠. 현대카드의 주인인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입장에서도 소리만 요란하지 실적이 초라한 사위를 보는 눈이 곱지 않다는 뒷말도 들립니다.

여기에 집안 문제가 더해졌습니다. 지난해 본격화된 정태영 부회장과 동생들 간 법적 분쟁 얘깁니다.

정태영 부회장은 남동생 정해승, 여동생 정은미 씨와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언효력 확인 소송,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치르고 있습니다. 옛 종로학원(현 서울PMC), 어머니 유산 등 상속 재산을 둘러싼 견해차가 법정 공방으로 번진 거죠. 종로학원은 세 남매의 아버지 정경진 원장이 세운 학원입니다.

소송까지 가게 된 원인을 정확히 알 순 없습니다. 세 남매의 입장이 원체 달라서죠. 정은미 씨 인터뷰 등을 통해 추론 가능한 부분은 있습니다. 정태영 부회장이 동생들에게 무척 강경한 태도를 보였단 겁니다. 정은미 씨가 '큰오빠의 폭군 같은 면모에 정을 끊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물론 정태영 부회장은 맏이로서 상속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재산을 두고 다투는 게 생소한 일도 아닙니다. 다만 불화가 길어질수록 정태영 부회장이 외쳐온 혁신, 윤리 경영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혁신이든 윤리든 소통이 전제돼야 하는데 동생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최고경영자가 직원들과는 소통을 잘할 거라고 생각하긴 힘듭니다. 

1960년생인 정태영 부회장은 올해 공자가 말한 이순(耳順)이 됐습니다. 이순은 귀가 순해진다는 뜻입니다. 생각이 원만해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정태영 부회장이 되새겨 봄직한 가르침입니다. 그가 이순에 걸맞은 포용력을 발휘해 집안을 편안케 하면서 혁신, 윤리 경영의 진정성도 회복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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