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신재훈]   은퇴인들의 과거에 대한 대표적인 리액션은 과도한 미화나 후회일 것이 다. 과거에 대한 미화는 사기꾼 수준만 아니라면 주변에서 뻥쟁이라는 소리를 듣는 정도의 불편함을 제외하면 그리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후회는 그 자체로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또 다른 후회로 연결되고 급기야 자신이 살아온 과거와 인생 전체를 부정함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 후회가 미화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진=픽사베이

사후과잉 확신현상이란?

그럼에도 우리가 끊임없이 후회하는 이유는 과거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때문일 것이다. 또한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현재에만 알 수 있고 존재하는 “결과”라는 팩트가 과거에도 존재했던 것처럼 착각하는 심리 현상을 “사후 과잉 확신(hindsight bias)”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결과를 알고 난 뒤에(hind) 보면(sight)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의미다.  소위 전문가들이 사건, 사고를 설명하는 대부분의 방식과도 유사하다. “예견된 인재였다”, “당연한 결과다” 등과 같이 마치 그들은 모든 것을 이미 예상 했던 것처럼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으로 설명하곤 한다. 이러한 설명 방식들은 내가 몸담았던 마케팅 영역에서 특히 심하다. 똑같은 결정이나 활동도 결과에 따라 성공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공의 프레임이냐 실패의 프레임이냐에 따라 같은 사례도 완전히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이다.

이는 결과를 알고 있는 경우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가 어떤 결정을 했던 그 순간에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대개의 경우 리스크가 없는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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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후외가  발생하는가?

그 당시에는 그러한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되었던 것이다. 결과를 알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 보았을 때 최선의 선택은 그 당시에는 가장 리스크가 큰 최악의 선택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후회는 과거의 선택과 현재의 결과를 단순 매칭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일종의 착시에서 기인한다. 선택과 결과 사이에 수많은 변수 그리고 많은 시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쉽게 주식투자를 예로 들어보자.  세계적인 투자 귀재들의 투자원칙인 “우량주에 투자하여 장기 보유하라”만 하더라도 그렇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그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극 소수다. 그 이유는 “단기간에 큰 돈을 벌겠다는” 인간의 욕심이다. 우량주에 투자하여 장기 보유하면 돈을 번다는 것은 지금까지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일 수는 있으나 특정 기간에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은 아닌 것이다. 더 짧은 기간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실제 그렇게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욕심에 눈먼 사람들은 가장 확실한 방법 대신 가장 리스크가 큰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과거의 어떤 선택과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과거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과거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이 아니었던 것이고, 지금 새삼스레 후회하는 것이다. 세상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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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의 저주처럼 세상만사는 연결돼...

앞서 언급했던 전화위복 세옹지마처럼 세상만사가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얘기다.  만약 리스크가 큰 선택을 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치자, 그 돈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했을까? 가족간의 화목이 깨지거나, 이혼을 하거나, 향락에 빠지거나, 사기를 당하는 등의 갑자기 큰돈을 벌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많은 불행들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마치 로또의 저주처럼 말이다.

후회는 백해무익하다. 따라서 즐겁고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후회를 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후회할 일을 하지 않거나 후회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후회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다.  후회를 가급적 하지 않는 나만의 노하우는 이렇다.

후회가 밀려올 기미가 보일 때면 이렇게 자문해 본다. “후회한다고 결과가 달라지는가?”  “후회하면 기분이 더 좋아 지는가?”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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