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월에 한일 군사정보협정안에 가서명해놓고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신경수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과 일본 외무성 오노 게이이치 북동아과장은 협상 대표 자격으로 4월23일 도쿄에서 협정안에 가서명했다.

가서명은 협정문안을 확정하는 절차이다. 이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 비공개 의결 두 달여 전에 사실상 협정문이 확정됐음을 의미한다.

한-일 양국은 4월23일 처음 가서명하고, 그 이후 틀린 부분이 있어 5월1일에 다시 했다. 양국은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문구 수정 작업 등을 벌인 끝에 지난달 중순 최종 문안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가서명된 협정문을 법제처에 보내 심사 의뢰한 날짜는 5월14일이다. 요컨대 정부는 한일 정보보호협정문을 진작 확정해놓고도 국회와 언론 등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지난달 21일 여야 정책위의장에게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도 가서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는 처음 가서명을 한 이후 중요한 문구를 수정할 때마다 국회와 언론 등에 공개했었다. 그런데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비공개로 추진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통상 가서명 단계에선 공개하지 않는다"거나 "실무협의 과정을 하나하나 국회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부는 한-일 군사협정을 '몰래' 시작해서 '몰래' 마무리지으려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에 협의를 개시한다는 사실을 공개할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협의진행 과정을 국민에게 알릴 뜻도 없었으며, 국무회의 의결직후에도 공표할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혹시 일본과 협정이 정식으로 체결된 후에는 발표할 계획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는 기정사실로 되어 돌이키기 어려울 테니까 그렇게 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일 군사협정을 다뤄온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비밀주의' 아니면 '비겁주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국민에게 처음부터 정직하게 알리고 의견수렴할 자신이 없었을 테니까. 그나마 막판에 언론을 통해서라도 사실이 드러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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