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재원이다

[오피니언타임스=온기운]  정부가 나랏일을 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글로벌 경제선도를 위한 국가발전 전략으로서 제시된 한국판 뉴딜정책에도 거액의 재원이 소요된다. 필요한 재원은 2025년까지 총 160조원으로 부문별로는 그린뉴딜이 73조 4000억원, 디지털 뉴딜이 58조 2000억원, 안전망 강화가 28조 4000억원이다. 이러한 재원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은 뉴딜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게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재원이 뒷받침되자 않는한 추구하는 목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3일 개최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나아가 민간 금융기관 등이 공조하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펀드 유형은 크게 3가지다. 재정자금이 후순위 출자를 통해 투자 리스크를 우선 부담하는 ‘정책형 뉴딜펀드’, 파격적인 세제지원을 통해 뉴딜 인프라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를 유도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뉴딜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토대로 민간 스스로 펀드를 조성·참여하는 ‘민간 뉴딜펀드’가 그것이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경우, 정부출자 3조원, 정책금융 4조원으로 총 7조원의 모펀드를 조성하고 금융기관, 연기금, 민간자금 등이 13조원을 매칭하여 향후 5년간 총 20조원을 결성한다. 모펀드는 개별 프로젝트 마다 자펀드에 투자한다. 일반 국민은 정책형 뉴딜펀드에 투자할 경우 리스크를 거의 부담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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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 인프라펀드의 경우 뉴딜분야 인프라에 일정비율 이상을 투자하는 공모 인프라펀드에 대해 투자금 2억원 한도내에서 투자에 따른 배당소득에 9%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다른 금융소득과 합해 종합과세될 경우에 비해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뉴딜펀드에 투자해 1000만원의 배당을 받았다면 현재는 지방세와 합쳐 15.4%, 154만원이 과세되지만 이것이 90만원으로 줄어든다.

국민참여형 뉴딜정책- 다양한 장점도 많아

민간 뉴딜펀드는 민간 스스로 투자처를 발굴하고 돈을 모아 투자하는 형태다. 정부가 약속한 구체적 혜택은 없지만 뉴딜 관련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더 싸게 더 많이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판 뉴딜정책 추진에 재정자금 뿐만 아니라 민간자금의 펌핑(pumping) 투자를 이용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정부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하고 프로젝트에 국민 참여를 유도해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시중에 풀려 있는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해 거시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동성이 급속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투자)’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로 표현되듯 최근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심상치 않다. 자산 거품이 꺼지기라도 한다면 경제는 또다른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질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인 쪽으로 흘러 들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뉴딜펀드는 의미가 있다.

‘펀드매니저 경쟁자는 대통령?’

하지만 뉴딜펀드는 기업 주식이나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것이므로 당연히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러기에 정부는 투자자들을 손짓하기 위해 당근을 제시했다. 투자손실 보전과 분리과세 등이다. 펀드 투자에서 만에 하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10% 범위 이내라면 정부가 부담하고, 10% 이상 손실은 한국성장금융 한국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총 7조원 범위 내에서 손실을 부담한다. 이익이 나면 투자자가 그대로 가져가지만 손실이 나면 정부가 메워준다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준비 단계이지만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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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을 떠나 새로운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뉴딜펀드가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것은 정부가 당근을 제시한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에는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펀드에 손실이 났을 때 투자에 전혀 무관한 사람들로부터 걷은 세금까지 넣어 보전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정부가 펀드를 발표한 날 한국 관련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고 묘사했다. 펀드매니저는 투자신탁의 운용을 하는 전문가로 투자신탁의 운용방침에 따라 시장과 종목의 분석, 선정, 편입비율과 매매시기를 검토해 투자자가 맡긴 자산을 운용한다.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맡는 만큼 신중하게 펀드를 운용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손실이 난다고 해서 이를 보전해주지는 않는다. 문 대통령은 손실을 보전해 해준다고 밝혔으니 이를 당해낼 펀드매니저는 세상에 없는 셈이다. CLS 보고서는 “펀드 매니저들이여 조심하라”, “당신의 대통령이 당신의 경쟁자가 되었다”라고 꼬집었다.

사실 투자 손실에 대한 정부 보전은 시장질서를 왜곡시키는 면이 있다. 자산 투자에 있어서는 위험-수익 비례원칙(high risk high return)이란 관념이 통용되고 있다. 고위험을 부담해야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며, 이를 뒤집어 말하면 고수익을 얻으려면 고위험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위험은 부담하지 않고 수익만 챙기도록 하는 것은 투자상품간 공정경쟁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CLSA는 “BBIG 지수에 있는 모든 기업은 수혜를 보겠지만, 뉴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기업은 패자(losers)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금 뉴딜종목으로 몰릴 수도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뉴딜펀드에 대한 지원은 과도한 것이 아니다"라며, 뉴딜펀드가 금융투자상품으로서 위험-수익 비례원칙 등 시장원리에 맞춰 설계되었다고 밝힌바 있다. 위험-수익 비례원칙은 채권이나 은행예금 등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자산에 비해 위험이 높은 주식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시장의 자율메커니즘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 나타나는 것이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익을 보장해 줘서 나타나는 게 결코 아니다. 김차관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부가 손실보전을 해 줄 경우 투자자금이 뉴딜종목으로 몰려 주식시장이 왜곡되게 된다.

앞으로 뉴딜펀드 나아가 뉴딜정책이 성공을 거둘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왜곡시키면서까지 무리한 방법으로 추진해선 곤란하다.

애당초 거래소가 선정한 펀드 종목은 인기 종목으로 현재도 충분한 자금이 몰려 있다. 굳이 정부 주도로 펀드를 만들지 않아도 될 상황이다.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이미 충분히 올랐기 때문에 주가의 하방리스크가 상당히 존재하고, 만일 주가가 꺼지기라도 한다면 손실이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CLSA는 “이미 많이 오른 종목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기름을 부었다. 정부가 거품을 키우는데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러한 항간의 비판들을 겸허히 수용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최근 뉴딜펀드를 비판한 한 증권사의 보고서가 실종됐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온 기 운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정부정책평가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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