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도 검찰에 전향적 증거 특정 주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재판이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사진은 삼성바이오 사옥 내부ⓒ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관련 증거 인멸 사건을 다루는 2심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이 증거 특정 문제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변호인은 “세금이나 인사 자료를 지운 게 (회계 변경과 연관된) 범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증거 인멸과 은닉 등의 혐의를 심리하는 5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은 이 모 삼성전자 부사장과 삼성바이오 임원 등 7명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2018년 5월부터 수개월 동안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내부 자료를 폐기하거나 숨겼다고 주장한다. 피고인들이 수사 가능성을 인지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피고인 측은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5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 인멸 대상으로 꼽은 PC 파일 2600만개 중엔 회로도, 퇴직 면담, 경력 계약, 세금, 인사 판정, 교통비 보조금 지급 등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과 무관한 자료가 다수 섞여 있다고 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공소장에 적시된 20~30개 파일만 특정된 증거라면 그것을 기준 삼아 변론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증거 인멸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PC 파일을 지우거나 PC 자체를 은닉한 만큼 죄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 특정은 충분히 이뤄졌다고 했다. 더불어 검찰은 변호인이 증거 목록을 보고 의견을 내면 양형(量刑·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 반영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증거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변호인의 문제 제기는 단순 양형 사유가 아니라 공소사실(公訴事實·범죄 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과 직접 연관된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증거 인멸 자료 일부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은 1심 피고인이었던 삼성바이오 직원 안 모 씨였다. 그는 PC를 공장 바닥 아래 숨긴 인물이다.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하지 않았다. 

안 씨는 2018년 5월 삼성바이오 김 모 상무 등 상부로부터 자료 삭제 지시를 받았지만 추후 직원들의 자료 활용을 위해 PC를 공장 바닥에 보관하는 절충안을 택했다고 했다. 다만 안 씨는 자료 삭제 이유를 듣진 못했으며 PC 보관은 자신이 직원 요청을 들어주고자 결단했다고 했다. 

증인신문 종료 후 재판부는 검찰에 전향적인 증거 특정, 변호인엔 피고인별 쟁점 정리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누가 어떤 행위를 교사(敎唆·타인을 부추겨 나쁜 짓을 하게 한다는 뜻)하고 교사받은 이는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1월 2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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