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 슬기로운 은퇴생활연구소장

[ 오피니언타임스= 신재훈] 유행가를 듣다 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지혜롭고 공감 가는 해답을 들을 때가 있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의 지혜와 보편적 정서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를 대하는 슬기로운 자세, 더 나아가 인생을 대하는 슬기로운 자세에 대한 답 또한 유행가에서 찾게 될지도 모른다.

유행가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한다. 결코 우리에게 그래야만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래를 듣다 보면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주인공과 내가 동일시(Identify)되고 감정이입이 일어난다. 그것이 바로 유행가의 힘이 아닌가 한다.  

나에게도 어려울 때 위안과 견뎌낼 힘과 맞설 용기를 주었던 노래들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강산애의 “넌 할 수 있어”와 들국화의 “행진”이었다. “넌 할 수 있어”는 젊은 시절 어려운 일을 겪으며 자신감을 잃을 때 마다 즐겨 부르던 노래다. 어떤 곡은 들으면서 위로와 힘을 얻기도 하지만 이 곡의 경우 노래방에서 목이 쉴 때까지 부르고 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곤 했다.

반면 들국화의 “행진”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다 보면, 특히 “행진, 행진, 앞으로 행진 하는 거야”라는 대목을 들을 때면 어려움들을 잊고 새롭게 시작할, 내일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올해 2월 작사가 이주엽씨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가사 비평집 “이 한 줄의 가사”를 출판했다. 그 책에서 첫 번째로 꼽은 곡이 바로 들국화의 행진이다. 그 이유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이렇다.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 거야 라는 문장 덕이다.

사진=픽사베이

비가 내리면 비를 맞는다는 표현은 인내의 감정이다.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 거야 가 충격이었다. 고통을 견딘 후 환희와 의지의 강렬한 표현이다. 이 곡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20대 나를 위로하고 지탱한 곡이다.  어린 시절 이 노래를 들었는데 이 부분만은 평생 가슴속에 남아 있다.” 비록 서로가 위안받은 대목은 틀릴지라도 나는 그가 이 곡을 첫 번째로 꼽은 이유에 대해서 100프로 공감한다.

나 또한 이 곡으로 젊은 시절 위로 받고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중년을 넘어 월급쟁이 말년에 가까워 질수록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를 자주 부르게 되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인생의 정점에 있는 남자들의 살아 온 인생에 대해, 그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에 대해,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낸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그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해주고 격려와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이 곡이 정점에 서 있는 남자들의 애창곡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 노래 중 하나는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아모르 파티가 먹고 마시고 노는 무슨 파티라고만 생각했었다. 통속적인 소재를 주로 노래하는 트로트에서 운명애를 의미하는 라틴어 어구인 “amor fati”라는 철학적인 제목을 붙였을 것이라고는 미쳐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아모르 파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운명을 필연적인 것으로 단지 감수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사랑하는 것이 인간 본래의 창조성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해 나가야 한다.”  모든 사랑은 대상이 되는 존재에 대한 인정, 다시말해 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진=픽사베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I love you.”의 표현은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는 의미의

“I love you the way you are.”라는 표현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해리가 샐리에게 사랑 고백을 하면서 썼던 표현이기도 하다.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사랑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이 말이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가장 감동적인 사랑 표현이 아닐까?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의 아모르 파티 또한 마찬가지다.

대상이 타인에서 나로 바뀌었을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의 부끄럽고 추한 모습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후회로 가득한 과거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은퇴인들이기에 그만큼 더 아모르 파티가 필요한 것이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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