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서울 문화산책

[오피니언타임스=김영준]  필자가 1980년 대 중반에 유럽 출장 다니던 시절, 런던, 파리,로마의 화려한 건축물들과 세련된 문화재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문화적 열등감에 사로 잡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에는 한국과 한국 제품을 아는 현지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웠었고,
밀라노에서 주재원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태리 사람들은 남한과 북한을 구분 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그들이 아는 한국인은 박두익(1966년 월드컵에서 이태리를 꺾은 북한의 축구 선수) 정도 뿐이던 그 시절이 불과 30여 년 전 일이다.

사진=픽사베이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굴렁쇠 소년을 개막식에 내세우며 시작된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 한 때부터 일 것이다.  2020년에 필자가 서울시 문화해설사로 만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을 "경이로운 나라"로 여기고, 한국의 드라마는 왜 이리 감칠 맛나고, 소재도 다양한 지에 매우 궁금해한다.
경복궁과 창덕궁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전각 보다도 "Jewel in the palace" ("대장금"의 영어 표기)의 드라마 현장인 소주방(燒廚房 임금의 수라와  잔치음식을 준비하던 궁중의 부엌)이 더 궁금하다.

대한민국 브랜드를 바꾼 30년의 비결 세가지!

또한 서울의 매력을 SNS를 통해 홍보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모임인 'Global Seoul Mates"들은 한국을 "배울 게 너무 많은 나라" 라고 한다.  무슨 힘으로  30 여 년 사이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다른 나라가 되었을까 ?

첫째. 뛰어난 전통문화와 그 기록문화의 우수성이다
일반적으로 문화 선진국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World Cultural Heritage)은 이태리,독일,,프랑스 비롯한 유럽국가들과 중국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창덕궁, 종묘를 비롯한 13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여 현재 22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은 역사가 오래 되고 영토가 넓은 경제 대국들 중심의 '하드 파워’가 더 강조 되기에, 요즈음의 추세는 우수한 문화를 많이 보유한 나라들의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는 문화선진국의 척도로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Memory of the World)이 새롭게 강조 되고 있다.

문화선진국의 척도- 경이로운 세계4위!

그런 면에서 독보적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1980년대 까지는 나라 전체가 먹고 살기에 바빠 문화를 챙길 여력이 없었으나,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세계문화 유산' 뿐만 아니라,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본격화 되어,1997년에 '훈민정음'을 시작으로 2020년 현재 총 16건을 등재하여, 독일,영국,폴란드에 이어 당당히 세계 4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1위인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물",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악보"나,
2위 영국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3위인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 천체의 회전"에 못지 않게, '훈민정음',  '직지심체요절',(구텐베르크 보다 70년 빠른 세계최초 금속활자 인쇄본), ' 팔만대장경"과 '조선왕조실록' 등으로 중국(13건), 일본(7건)을 앞서는, 세계가 인정한 뛰어난 전통문화를 보유하며, 그 기록을 잘 보존해온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둘째. 세계가 인정하는 'K 콘텐츠'의 놀라움이다

사진=픽사베이


1964년 미국에 진출한 비틀스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을 넘어 선 BTS는, 한국어로 노래 하며, 온라인 중심으로 형성된 아미 (ARMY)라는 세계적 팬덤을 기반으로, 한국 젊은이의 힘을 보여 주고 있고, 봉준호 감독은 독특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쓸며 배타적인 세계 주류영화계를 흔들어 놓았다.

또한 K 드라마는 멜로,스릴러,팬터지 등 다양한 장르로, 콘텐츠 코리아 힘을 실감 나게 한 지 오래이며, 새롭게 강자가 된 'K 웹툰'의 인기가 요즘 거세다.
전통의 만화 강국 일본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웹툰이 일본의 ‘망가’를 제치고 1, 2위를 다투고 있고, 네이버 웹툰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수익과 방문자 모두 독보적 1위로 올라서며,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한 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K 콘텐츠'의 힘은 메이저리그 야구장과 백악관에서도 등장 한다. '아기상어'(baby shark)는 귀여운 상어를 반전 매력으로, 현재 조회수 역대 유투브 2위인 65억 뷰를 기록하였고, 조만간 1위로 뛰어 오를 것이다. 뛰어난 대중문화의 결과물인  'K 콘텐츠'는 우리 민족의 탁월한 창의력이 아니면 이루어 낼 수 없는 대단한 현상이다.

셋째.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적합한 인적, 산업적구조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1963년에야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를 돌파한 우리나라는, 55년 만인 2018년  '30-50 클럽'(5천만이상 인구에,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인 나라)에, 기존의 선진 G7 국가인 '미국.일본.독일.영국.이탈리아.프랑스)에 이어 한국이 일곱 번째로 그 주인공이 되었다.

불과 30-40년 사이에 한국의 위상은, 제조업 경쟁력 지표에 있어서도, 독일을 제외한 유럽의 주요국 보다 더 높은 세계 7위 랭크 할 정도이고,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가 주도할 앞으로의 산업에 기본 인프라가 되는 5G(5Generation,제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또 인터넷 평균속도 1위 등 손꼽히는 ICT 인프라 강국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젊은이들인, 신인류가 주도 하는 포노 사피언스(phono sapiens) 시대에, 대한민국은 제일 적합한 인적자원과, 산업구조가 오늘날 문화강국의 위치에 오르게 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축이다.

우리 민족만의 문화 DNA "끼와 흥을" 키워야

우리 안의 문화 DNA인 "끼와 흥"을 가꿔 나가자!  경제에 이어  문화적으로도 선진국 대열에 선 우리가 앞으로 세계와 경쟁하며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 우리 문화시민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  무엇 보다도 탄탄한 인문학의 바탕위에 상상력을 접목하여, 우리 안의 문화 DNA인 "끼와 흥" 잘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평소에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기에 몇가지 실천적 제안을 하여 본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내부 구조 홈페이지 캡쳐

 

첫째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보자
박물관의 역할은 문화의 가치를 밝혀 미래를 여는 데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무료로 한자리에서 선사시대로부터 오늘날 까지 우리 민족의 소중한 유산들을 한눈에 다 보여 주는 보물창고다. 이 보다 더 좋은 문화 소양을 높여 줄 곳이 있겠는가. 

둘째로, 한양도성 안의 유적들을 둘러보자
경복궁, 창덕궁, 북촌, 등 소문 난 곳 뿐만 아니라, 한양도성의 남산과 낙산 성곽, 성균관과 종묘, 충무로 , 성북동, 서촌  골목의 시간여행 등 문화산책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셋째로, 우리 전통문화 예술 공연을 애정을 갖고 찾아가 보자.
현대에 발 맟춰 다양한 예술과의 콜라보를 통한 새로운 시도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발전 시키려 애쓰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요즘 힘겹게 버텨가고 있다.
서양의 음악과 무용, 뮤지컬 등에만 비싼 입장료를 내고 찾지 말고, 어려운 환경에서 우리 것을 지켜 나가는 이들의 전통예술 공연장을  애정을 갖고 찾아 나서 보자.

사진=픽사베이

우리는 이제 예전과는 달리, 문화적 자부심을 갖고 외국인들을 맞이 하고, 외국에 나가더라도 당당히 해외 문물들을 우리 것과 잘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자격과 안목이 넘치는 민족이 되었다. 요즘 독일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는 전임교원 12명, 학생 350명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배우고자 서로 들어오려고 줄을 설 정도로 성장했다 한다.

소프트 파워 문화강국으로 가자!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자서전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게 아니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라고 백범은 우리가 문화 강국 될 것을 기원하였었고, 이제 그의 간절한 소원대로 되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 안의 소중한 문화 DNA를 잘 가꾸어, 소프트 파워가 뛰어난 문화 강국으로 잘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주) 삼성전자 해외부문장 역임,

(재) 고양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역임

현 서울시 문화해설사

현 국립중앙박물관 영어 전시 안내 도슨트​

블로그 ‘음악에 살고 사랑에 살고’ ; https://blog.naver.com/ciaoki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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