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레이더 입찰 포기 논란… 시장 지배자 위상에 걸맞은 대범한 모습 보여야

한화그룹 소속 방산업체 한화시스템이 장거리 레이더 입찰 포기 논란에 휘말렸다. 사진은 한화그룹 사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기자] "한화 중심으로 방산업체들을 통합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방산업체를 중국 고전 소설 삼국지에 비유하면 한화는 위나라 조조입니다. 그만큼 역량이 뛰어납니다. 회사 규모도 크고요." 

한화그룹 소속 방산업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주)한화, 한화디펜스 등)가 아닌 다른 방산기업 직원들이 들려준 얘깁니다. 이 정도로 한화는 국내 방산업계에서 위상이 독보적입니다. '방위산업 대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최근 방위산업 대장 체면에 흠집이 났습니다. 공군의 장거리 레이더 사업(총사업비 2500억여원) 입찰에서 보인 태도 때문이죠. 

입찰은 지난 21일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진행됐습니다. 레이더 개발 경험이 풍부한 LIG넥스원이 입찰에 응했습니다. 한화시스템도 현장에 나타났습니다. 입찰에 필요한 서류 박스를 들고서요. 문제는 그다음 발생했습니다. 기껏 현장에 온 한화시스템 관계자들이 서류를 안 내고 돌아간 거죠. 방사청 관계자들과 LIG넥스원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LIG넥스원은 격앙된 반응입니다. 한화시스템이 사업에 진지하게 임할 마음 없이 고의로 훼방을 놓았다는 거죠. 한화시스템도 항변합니다. 예비 입찰에 등록했지만 본 입찰엔 빠지는 경우는 흔하고, LIG넥스원에 피해 준 것도 없다는 게 한화시스템 입장입니다. 

한화시스템이 억울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한화시스템은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잘못했다고 보기도 애매하죠. 입찰 참가 여부를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판단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아무 문제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한화시스템이 이런 논란을 빚은 것 자체가 문젯거립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내 최대 방산기업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위산업 대장이 시쳇말로 가오(체면, 폼 등을 뜻하는 속어) 상하는 행동을 했다는 거죠.     

한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 방산업체들과 겨뤄야 합니다. 좁은 국내에서 눈치작전을 펴다 체면을 구기는 건 한화의 격을 떨어뜨립니다. 이번 입찰 포기 사건을 통해 한화가 자신들을 한번 돌아보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방위산업 대장답게 보다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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