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죄송...”
 
저축은행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10일 구속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이 들어가기 전 이런 말을 남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요 ‘상왕’ 또는 ‘권력서열 1위’라고 불리던 그는 하루 아침에 수인으로 전락했다.
 
현정권 들어 저축은행을 비롯해 각종 비리로 사법처리된 인사는 이상득 전 의원만이 아니다. 지난해 저축은행 수사가 시작된 뒤 이 대통령의 친인척·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55)은 2010년 브로커 박태규씨에게서 현금 1억여원과 상품권, 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대선 때 ‘BBK 팀장’을 지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1)도 비슷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72)은 4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60)은 2007~2008년 SH공사 사장으로 있으면서  ‘함바비리’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62) 등은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이 대통령의 외곽조직이었던 안국포럼 시절부터 집권을 도운 ‘개국공신’도 줄줄이 철창 안으로 들어갔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2)은 파이시티 측에서 1억6000여만원을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났고,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1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3년6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 대통령의 50년 지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69)과 ‘4대강 전도사’로 불린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56)은 대출알선 및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로 일찌감치 기소돼 실형을 받았다.

이제는 이상득 전 의원과 함께 2007년 대선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55)도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정권 내내 이 전 의원과 앙숙관계에 있었지만, 나란히 법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이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의 꼬투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건설시행사 파이시티 측에서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5)이 “받은 돈 일부를 대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밝힌 바 있고, 이상득 전 의원이 받은 돈의 일부도 대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는 공소시효도 얼마 남지 않아 수사의 손길이 미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대충 넘어가지 않을까 추측된다.

이렇듯 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이 20명 가까이 사법처리됐다. “임기 중 친인척·측근 비리는 없다고 큰소리치던 이 대통령도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된 다음날인 11일에는 청와대 안에서 두문불출했다. 차마 국민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서였을까?

이 대통령이 청와대 밖을 나오든 나오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올려 세운 집단이 이제 확실히 정리됐다는 사실이다. 나는 과격한 언사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에 대해 다소 심한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즉 ‘모리배 집단’이 파탄했다고 .

모리배란 모든 것을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치를 하든 아니면 그 어떤 것을 하든,  공적인 이익보다는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을 지상목표로 여긴다. 그런 집단이 이 나라의 정권까지 잡았던 것이다.

그 모리배들이 추구하는 이익의 관점에서 이 나라가 이끌려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가슴이 꽉 막힌다. 그런 집단이 국사를 전횡하면서 정적을 괴롭히고 민간인 불법사찰을 자행했다. 종편TV를 억지로 만들어주고, 저축은행을 파산내더니 끝내는 수많은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정말로 이제는 이런 모리배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앞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여당이 이겨도 좋고, 야당이 이겨도 좋다. 그 어떤 경우이든 모리배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명박 정권의 측근과 친인척들의 사법처리 사태를 보며 이런 간절한 소망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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