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이 여당으로부터도 공격받고 있다. 재벌 공격은 전통적으로 야당 몫이었는데, 요즘은 여당까지 야당에 질세라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때로는 야당보다 더 세게 때리기도 한다.

16일에는 여당이 재벌에 대한 총공세를 편 날로 기록될 법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 관행을 확실히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시장 지배력이나 경쟁력을 갖고 남용을 하면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아울러 "지금도 법이 있지만 실천을 안하고 있다"면서 "이제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공정거래법 등을 이용해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선출마선언을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건 데 이어 이날 다시 재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천명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더 구체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날 국회에서 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증여와 같은 범법 행위는 가차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기업 집단의 책임이 가장 무겁고, 대기업 총수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벌 총수들에게 "졸부 같은 행태는 국민을 실망시킨다"며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 등에 대해서는 민ㆍ형사상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등 엄격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 영역의 무차별적 잠식,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탐욕에 의한 횡포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현주 의원 등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23명의 의원은 재벌 총수일가의 경제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남발을 막기 위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횡령·배임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지고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일 때는 10년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7년 이상 유기징역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형기를 아무리 깎아줘도 총수가 집행유예로 빠져나갈 수 없고 글자 그대로 ‘실형’을 살게 된다.
 
지금까지 재벌총수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는 등 특혜를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몇몇 재벌은 몹시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당답게 나름대로 한계를 긋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울러 야당의 경제민주화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재벌해체 내지 재벌 때리기가 아니라 해외로 뻗어나가는 성장동력을 만드는 점 등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는 '재벌해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의 주장은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보다는 (경제력) 집중 자체를 문제 삼고 있어 총출제 제한 등을 거론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실효성의 확신이 안 서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도  "대기업 집단을 비롯한 경제문제를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보고 싸움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융단 폭격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기업의 활동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하는 가운데 잘잘못을 정확히 가리고 바로잡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말이나 정책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당답게 일정한 선을 그으면서도 재벌을 비판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비즈니스 프렌들리’라 해서 재벌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여당이 불과 5년 사이에 이렇게 바뀌었다.
 
이는 무엇보다 그 사이 벌어진 부작용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당 나름대로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반성한 결과로 여겨진다. 때문에 그런 노력에 대해 평가해 주고 싶다.

반면 이렇게 여당으로부터도 비난받는 신세가 된 재벌이 불쌍해졌다는 느낌도 갖는다. 그 사이 열심히 탐욕을 부린 결과 받은 대가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동네북’이 되었으니 어찌 연민의 정을 품지 않을 수 있을까?

불쌍해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비판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자세를 바꿀 반성의 노력과 힘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때 과오를 저질렀어도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면 불쌍하지도 않고 연민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과오를 저지르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불쌍한 존재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 재벌이 바로 이런 경우 아닐까?  /편집장
 
 

ⓒ 오피니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