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파이시티에서 받은 6억원의 돈이 대통령선거용 자금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에서 2008년 2월 ‘그 누구’에게 준 3억원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들어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새롭게 수사를 벌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그런데 검찰은 아직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국회에서 “수사의 단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검찰이 묵살 또는 은폐하고 있는 의혹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있다. 내곡동 사저나 BBK 가짜편지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이런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제는 검찰 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도 흉내내고 있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공사 입찰과정에서 건설회사들의 담합을 밝혀내고 1115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바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조사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걸렸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담합사실이 드러난 건설사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담합한 기업을 고발하는 것은 공정위의 전속권한인데 이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은 아마도 이런 조치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웠을 것으로 믿어진다. 그래서인가? 공정위는 이번에 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의혹을 집중조사하고 있다.
 
은행들의 문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1차적인 책임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의 몫으로 알고 있는데, 금융감독당국은 빠지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선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은행들이 금리를 담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감싸기도 했다.

이렇듯 금융감독당국이 자신들의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을 뿐더러 감싸기까지 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건설사들을 고발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여겨진다.

금감원의 경우에는 공정위가 나섰기 때문에 고유권한이라는 것이 무색해졌지만, 공정위가 4대강 건설사를 고발하지 않은 행위는 그 어느 기관이 대신 할 수도 없다. 검찰이 대선자금이나 비자금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은폐하는 것 역시 국민들로부터 거의 독점적으로 맡겨진 책무를 다하지 않는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말이 이런 경우에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하늘 나라의 문을 닫아 놓고는 사람들을 가로막아서서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못 들어가게 한다.           -마태복음 23 : 19

이런 경우 다른 어떤 기관이 대신하기도 쉽지 않다.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통해 흑막을 벗겨낼 수는 있으나. 그 비용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사건도 특별검사에게 맡겨 보았으나,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만큼 다른 기관이 대신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1차적인 권한과 책임을 맡고 있는 기관이 소임을 다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고유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않다보니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야 한다든가 지방검찰제와 검사장 선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책임을 회피한 사건들 가운데 일부는 정권이 교체되면 재조사와 재수사를 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자칫 정치보복의 인상을 주고 과도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하기 어렵다. 그러니 아주 심한 사건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이들의 재발을 막기 위해 몇가지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테면 공정위원회로부터 전속 고발권을 박탈하고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유력한 방법이다.
 
 제도개선을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책임을 다히지 않은 기관장에 대한 추상 같은 책임추궁이다. 사법적인 처리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 로마인들이 했듯이 해당기관장을 기록말살형(Damnatio Memoriae)에 처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가령 공정거래위원장이 주어진 전속고발권을 정당한 이유 없이 행사하지 않았을 경우 위원장 재임기록을 아예 없애고, 그의 흔적을 모두 없애 버리는 것이다. 역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초청하는 모임이 있어도 아예 배제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로마제국처럼 공직자들이 명예를 지극히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라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120%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라의 공직자들에게는 그런 명예심이 있을까? 털끝 만큼이라도 있을까? 그것이 의문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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