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벌금이 아니라 도살의 정당성을 묻는다!”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박정애]

아버지를 여의고 고향 테바이로 돌아온 안티고네는 통치자 크레온의 법령을 어기고 죽은 오라비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을 거두어 장례를 지낸다. 크레온은 그녀의 오라비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전사한 그에게 어떠한 장례 절차나 애도 의식도 행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안티고네가 그 금령을 깨뜨린 것이다. 안티고네는 공동체의 법적 규약에 대항하면서, 다른 근거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즉 크레온의 법령은 인간의 법일 뿐 그녀에게 더 의미 있는 것은 불변하는 ‘신의 법’이라는 것이다. 신의 법은 가족의 죽음에 애도하라고 명한다.

그렇다면 ‘신의 법’은 비참하게 사육당하다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어린 생명을 위해 우리 인 간이 무엇을 하라고 명할까.

11월 12일 목요일 내 인생 최초로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김형식) 방청을 하러 갔다. 작년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에 행동으로 보여준 시민실천운동가들의 업무방해죄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태어난 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는 어린 닭들(실은 삐악거리는 병아리들)의 죽음을 단 몇 시간만이라도 지연시키고 그들이 내몰린 지옥의 삶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도계장 앞에 드러누운 <‘세 명의 안티고네>의  항거였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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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0대 중반인 젊은 여성들이 왜 피비린내 나는 도계장 앞에서 그런 액션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법원은 그들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 알고 싶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방청객의 수는 60여 명 가까이 되었다. 처음 본 그들이 모두 동지로 느껴졌다. 드디어 피고인들이 피고석에 섰다. 딱 봐도 어린 티가 나는 세 명의 피고인을 보는 순간 눈물이 돌았다. 변호사가 이 항소심은 단순히 벌금을 안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연 도살장에서 축산동물들을 도축하는 것을 법으로 허용해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묻기 위한 것이라고 변호했다. 그리고 한 피고인이 대표로 최후 진술문을 읽어내려갔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모범 시민이었고 개근상을 받아왔던 자신이 작년에 갑자기 범법자가 되었다. 맞다. 우리가 한 일은 불법이다. 하지만 합법이 정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은 정의가 아니다. 우리는 정의를 요구한다. 우리가 한 행위는 초법행위로 시민불복종 운동의 일환이다. 동물들이 처한 고통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 행위였다. 소수자가 다수에게 고통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 비폭력적인 정의의 행동이었다. 의도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갈리는 수평아리, 강간당하는 소, 암컷 짐승들.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은폐, 정당화시키는 이 짓을 막아야만 한다."

사진=픽사베이

증거자료로 제시된 동영상이 상영되었다. 거꾸로 매달려 산 채로 목이 잘리는 닭들, 살려고 도망치며 비명을 질러대는 돼지들. 그들은 너무나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그들의 비명은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는 인간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는 두려움과 공포에 가득 찬 소리였다. 도망가다 긴 창에 찔려 콸콸 쏟아지는 돼지 피는 인간의 피와 같은 붉은 색이었다. 멋모르고 눈만 껌벅이다 총을 맞고 깜짝 놀라는 소. 총을 맞아도 쉽게 죽지 않았다. 제 몸에서 쏟아진 피 웅덩이 위에 드러누워 제 피를 핥고 있는 소의 처참한 모습. 갈고리를 찔러 피를 빼내는 광경은 지옥, 바로 그곳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생명의 신음, 울부짖음. 지옥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도살장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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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생명답게 살도록 할 권리, 의무가 인간에게 있음을, 그동안 인간사회에서 왕따가 되기 싫다는 핑계로 고기를 먹어온 내가 얼마나 엄청난 죄악에 동참하고 있는지를 도살장의 살풍경을 보면서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남은 인생은 내가 먹은 그들의 고통과 신음만큼 속죄하는 마음으로 동물해방을 위해 이 한 몸 바쳐야 한다는 각성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합법이란 이름으로 폭력적인 죽음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도살은 명백한 홀로코스트다. 그녀가 한 말들이 내 양심에 문신처럼 새겨졌다.

“누구나 동물이 당하는 고통, 도살장을 봤다면 다 똑같았을 것이다.

진실을 본다면 선을 넘을 수 밖에 없다.“ 

    박정애  ;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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