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논객] 지역 활성화인가, 청년창업 지원인가…︎주객전도된 양천구 공고
주객이 전도된 제목, 청년 아닌 ‘신월동’이 주인공?
“청년을 위한다더니, 결국은 지역을 위한 ‘수단’이었다.”
서울 양천구가 최근 발표한 「청년점포 및 청년기업 육성사업」 추가 모집 공고가 지역사회에서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다. 겉으로는 ‘양천 청년 창업가 육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들여다보면 실상은 ‘신월동 지역 활성화’를 위한 청년 자원의 전략적 동원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고문 제목부터 문제다. “신월동 활성화를 위한 2025년 양천 청년 점포(기업) 창업가 모집”이라는 문구는 마치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신월동이라는 특정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청년을 동원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청년이 주체가 되어야 할 창업 지원 정책이 특정 지역의 부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이쯤 되면 정책의 주체가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작 공고의 핵심은 “양천구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을 모집해 창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 희망지’를 신월동으로 한정하고, 심지어 ‘공항소음대책지역’에서 창업 시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의도된 유인책이 아닌, 지역 현실을 청년에게 떠넘기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소음영향도 75WECPNL 이상인 ‘제3종 가·나·다지역’이 공고에 명시되어 있다. 청년은 소음 지역에서 창업하고, 구청은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정책실적을 쌓는 구조다.
“공항 소음 대책 지역”에 창업 유도…청년이 실험대상인가
공항 소음 대책 지역은 그 명칭 그대로 주거·상업 환경에서 일정한 제약이 따르는 지역이다. 소음 기준을 넘는 지역에 창업을 유도하고 가점까지 부여한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인센티브 제공의 차원을 넘어서, 환경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청년의 희생을 전제로 해소하려는 ‘의도적 행정 발상’으로 보인다.
청년 창업가는 초기 비용, 상권 분석, 안정적 운영 등 수많은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다. 여기에 소음과 입지의 불리함까지 떠안으라는 정책이라면, 이는 지원이 아니라 ‘배치’에 가깝다. 특히나 리모델링 비용과 임차료 지원 항목은 ‘자부담’ 조건이 붙어 있으며, 집기·비품·재료비 등 실질적 창업 비용의 주요 항목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다시 말해, 행정이 유도하는 자리에서 청년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은 오히려 크다.
청년은 지역을 위한 자원이 아니다
정책 기획의 방향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역 소외, 인구 공동화, 공항 소음 등 도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해결 수단이 취약한 청년일 수는 없다. 청년은 정책의 주체이자 권리의 대상이지, 지역 문제 해결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공고문 말미에 “신월동 외 지역에 창업 시 지원 불가”라는 조건까지 달아놓은 것은, 청년 창업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구조적으로 봉쇄하는 셈이다.
청년 창업은 그 자체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자양분이다. 하지만 그 시작점은 자율성과 창의성, 그리고 정당한 기회의 균등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청년을 정책 대상이 아닌 '활성화의 수단'으로 삼는 구태는 이제 멈춰야 한다.
진정한 청년정책은 선택의 자유에서 시작된다
지방정부가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편다면서도, 결국 그 대상에 부담을 전가하거나 정책의 목적을 전도시키는 일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 양천구는 이번 공고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직시하고, 정책의 ‘주어’가 누구인지 다시금 성찰해야 할 것이다. 청년에게 선택의 자유와 환경적 안전, 그리고 실질적 자립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업 지원정책이다. 청년을 위한다면, 그들의 의지에 기반한 기회를 설계하라. 동원이 아니라 동행이 답이다.